[시론]이남영/저질議員을 잘 기억해두자

  • 입력 1998년 10월 29일 19시 10분


세풍(稅風)이니, 총풍(銃風)이니하는 사건을 둘러싸고 국회밖에서 지리한 정쟁을 계속하던 여야가 일단 등원, 국회가 정상화된 것에 대해 국민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당리당략에만 치중하여 국가를 위해 생산성 있는 활동을 하지 못했던 정치인들이 정상화된 국회에서 민생문제를 포함한 시급한 국가 현안들을 잘 처리해주길 바라는 것은 당연한 국민적 염원이었다.

민주국가에서 국회는 입법기능, 행정부에 대한 견제기능, 국민 의사의 대표기능 등 여러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그 중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행정부에 대한 견제 기능이 3권분립을 보장하고 행정부의 독주를 차단하는 매우 중요한 장치로 알려져 있다.

국정감사는 행정부에 대한 비판과 감시 견제를 위한 가장 중요한 장치이다.

▼국감장 추태 목불인견

따라서 정기국회활동중 상당 부분이 국정감사에 할애되고 있으며 국정감사를 통해 나라 살림의 현황이 제대로 파악되고 감사 결과는 새로운 정책 개발을 위한 중요한 자료로서 사용된다. 그리고 감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행정부의 무능 부패 불법행위 등을 바로 처벌로 연결시켜 행정부를 깨끗하고 투명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국정감사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에 임하는 자세는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뒷골목 불량배들을 방불케 하는 언행들, 무책임한 유언비어성 발언들, 음주 추태, 당리당략적 정쟁 등이 국정감사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 정말 저질스런 행태이고 목불인견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중요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왜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저질의 정치 행태를 보이는 것일까. 원인을 알면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왜’라는 질문은 중요하다. 몇가지 원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국회의원들은 의원으로서의 동질성보다는 소속정당이 다르다는 이질성을 강조한다. 이래서야 국정감사라는 행정부 견제 기능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집권여당은 무조건 행정부 편에 서고 야당은 무조건 그 반대편에 서기 때문에 단합된 강력한 국회의 위상이 성립될 수 없다. 감사 대상인 행정부 앞에서 여 야당이 서로 싸우는 치졸한 모습을 보일 뿐이다.

둘째, 국회의원들간에 상호 존중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 국회의원들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하여 뽑힌 선량들이다. 따라서 그들은 귀중한 국가재산인 것이다. 소속 정당이 다르다거나 정치적 견해 차이가 있다고 해서 그러한 국회의원들의 귀중성이 훼손되어선 안된다.

그러나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자신은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국회의원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중적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동료의원들에게 욕설을 하고 폭언을 일삼고 심지어는 폭행까지도 서슴지 않는 것이다.

셋째, 국회의원들은 유권자의 대표이기 때문에 거기에 상응하는 정치 권력을 가진다. 단 정치 권력은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무책임한 발언을 일삼고 온갖 추태를 부려도 면책을 받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그러한 무책임성과 추태는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권력을 국민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권력에 도취되어 있는 것이다.

▼유권자가 票로 심판을

한국의 정치인들을 저질이라고 한다. 정치인들은 유권자가 뽑는 것이다. 따라서 한 나라의 정치인들의 수준을 보면 그 나라 유권자들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저질 정치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수치인 셈이다.

국회의원 중 저질스러운 정치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을 잘 기억했다가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낙선시켜야 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책임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성실한, 그리고 책임있는 정치 행태를 보이는 국회의원들은 반드시 다시 의정단상에 보내야 한다. 훌륭한 유권자가 훌륭한 정치인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 국회의원들도 위에서 제기한 몇가지 점을 유의하여 당당하고 멋있는 정치를 해주었으면 한다. IMF위기로 전국민이 우울증에 빠져 있는 이 시점에 정치권은 국민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이남영(숙명여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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