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도쿄지국장 기고]『미국이 日에 압력가하라』

  • 입력 1998년 10월 27일 19시 28분


뉴욕타임스의 도쿄지국장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기자는 다음달 미국에서 발간될 국제관계전문 격월간지 포린 어페어즈 11∼12월호에서 “일본은 아직까지 전쟁범죄에 대해 충분히 사과하지 않고 있으며 일본의 진정한 사과없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일본의 진정한 사과 기피로 한국과 중국이 반일(反日)감정을 버리지 못함으로써 동북아의 근본적인 불안요인이 제거되지 않고 있다”면서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 일본이 제국주의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도록 미국이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토프 기자는 ‘기억의 문제(The Problem of Memory)’라는 논문에서 “최근 오부치 게이조총리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매우 이례적인 솔직한 사과는 좋은 출발”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구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일본정부의 보상과 같은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면서 “일본은 매년 8월15일만 되면 총리가 전쟁범죄에 대해 유감을 표시해왔지만 곧바로 장관들이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신사(神社)를 참배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임진왜란 당시 일본이 조선인 10만명의 귀와 코를 잘라 만든 귀무덤을 예로 들면서 “반일의 감정이 역사적으로 뿌리깊지만 일본에서는 귀무덤의 전래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으며 일본군의 잔학행위에 대해 일본 젊은 세대들은 거의 교육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크리스토프기자는 또 “일본에서는 전범인 도조 히데키를 전쟁영웅으로 미화하는 영화가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반동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유럽에서는 이웃국가들의 반발 때문에 히틀러나 괴벨스를 미화하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일본의 과거사 미화와 사과 기피에는 미국의 책임도 적지 않다”면서 “미국은 전후 공산권과의 대치에 치중해 전쟁의 일차적 책임자인 천황 히로히토를 살려두고 생체실험부대인 731부대의 지휘관들을 방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일본의 사과와 함께 한국은 일본의 식민통치가 한국에 도로 철도의 부설 및 근대교육제도 확산의 계기가 된 점과 10대 소녀들의 구 일본군위안부 동원에 한국인들도 관여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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