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김진숙/『오빠,사위 얻었으니 서운해마요』

  • 입력 1998년 10월 26일 19시 23분


오빠. 막내딸 시집보내고 많이 서운했지요. 아들 하나 생겼다고 생각하세요. 지금은 처가에 신경을 더 많이 쓰는 세상 아닙니까.

저는 아들만 있어서 딸이 둘씩이나 있는 오빠 부부가 부러울 때도 많았어요. 딸이랑 목욕탕에서 손잡고 나오는 엄마들을 볼 때 특히 그랬지요. 물론 오빠는 목욕탕에서 등 밀어줄 아들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지만요. 이제 오빠는 아들 하나 생겼고 딸이 없는 저는 딸 둘이 생기니 이것이 자연의 섭리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번 딸 결혼식도 식구와 가까운 친지들만 불러 조촐하게 치르게 한 오빠의 검소한 생활에 다시한번 고개가 숙여집니다. 구멍이난 러닝셔츠를 아무렇지 않은 듯 입고 다니는 오빠. 자신은 구차스러울 정도로 근검하게 살면서 가난한 친척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우신 오빠가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이 가을. 오빠의 머리에도 하얀 서리가 내려 앉으니 한편으론 서글픈생각이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건강한 오빠를 보면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글을 쓰며 평생을 후학들을 위해 헌신한 오빠. 가난한 집에 시집와 오빠를 내조하느라 고생한 언니와 함께 외손자들 재롱떠는 것을 보면서 남은 인생 더욱 멋지게 사십시오.

김진숙(전주시 덕진구 호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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