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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0월 21일 1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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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활 45년째인 배세영신부(71·프랑스명 마르셀 펠리스·‘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 지도신부). 그와 얘기할 때는 ‘우리나라’가 어디를 지칭하는지 혼동하면 안된다. 국적은 프랑스지만 심정적인 모국은 한국. 그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애국심을 일깨우기 위해 연극무대에 선다.
건국 50주년을 기념해 서울 시립극단이 공연하는 ‘대한국인 안중근’(동아일보 주최). 배신부가 맡은 역은 안중근을 카톨릭으로 인도해 세례를 주었고 중국 뤼순(旅順)감옥에서 최후의 고해성사를 받아준 ‘영적인 아버지’ 홍석구신부(프랑스명 요셉 빌렘)다.
원래 이 역에는 가톨릭신자인 원로배우 이낙훈씨가 캐스팅됐으나 7일 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배신부가 긴급 투입됐다. 배신부는 이미 MBC의 ‘의심의 비련기’(81년) 등 2편의 TV드라마에서 연기한 경험이 있기 때문.
그와 홍석구신부 역의 인연은 이미 오래전에 예정돼 있었던 것같다. 홍석구신부는 배신부와 같은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선교사. 10년전부터 구한말 한국에 파견됐던 선배신부들의 기록을 보존 번역하는 일에 힘써온 배신부는 이미 2년전 안의사와 홍신부가 주고받은 서신을 정리했던 것.
“홍신부 자신이 독일군에 점령당해 하루아침에 프랑스에서 독일 땅이 된 알자스 출신이었어요. 신부로서는 살인죄를 범한 안의사를 회개시켜야 했겠지만 망국의 설움에는 충분히 공감했을 겁니다.”
TV드라마와 달리 실수해도 “컷”을 외칠 수 없는 연극무대에 서는 일이 긴장된다면서도 배신부는 “걱정하지 말라”고 눈을 찡긋거렸다.
“내가 이래봬도 학교다닐 때 라신, 코르네유 작품으로 무대에 섰던 사람 아닙니까.”
30일∼11월4일 평일 오후7시반, 토 오후3시 7시반, 일 오후3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02―399―1645∼8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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