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트루먼 쇼」감독 피터 위어]『씨 헤븐은…』

  • 입력 1998년 10월 15일 19시 08분


호주출신의 감독 피터 위어(55)는 따뜻하다.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이상주의자인 호주 젊은이의 참전경험을 담은 ‘갈리폴리’(81년), 이제는 성장영화의 고전이 된 ‘죽은 시인의 사회’(89년), 위장 결혼을 통해 참사랑을 발견하는 ‘그린 카드’(90년) 등 그의 작품은 사회적 메시지와 비판적 화법 속에서도 훈훈한 휴머니즘을 담고 있다.

‘트루먼 쇼’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현대문명의 위기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있다. 가공할 미디어의 위력에 짓눌리다가 끝끝내 ‘죽은 시인’의 감성을 찾는 주인공의 모습은 사뭇 감동적이다. 9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뷰포트호텔에서 만난 그는 “트루먼은 항상 생각해왔던 서구사회 대다수 시민의 모습”이라고 운을 뗐다.

“영화의 무대인 씨헤븐은 서구사회의 축소판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할 것만 같은 사회에도 언제나 통제와 비현실적인 상황이 공존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죠.”

위어는 ‘트루먼 쇼’의 시청자도 미디어의 상업주의를 묵인하는 ‘공범’이라는 지적을 잊지 않았다.

“만일 다이애나가 죽기전 파파라치가 그의 침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실제 지구촌 시민들의 반응도 ‘트루먼 쇼’의 시청자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시드니에서 태어나 시드니대학에서 법학과 예술을 전공한 위어는 TV방송국에서 바닥청소를 한 일도 있으며 작가와 연기자로도 활동했다. 74년 호주에서 감독으로 데뷔, 멜 깁슨, 시고니 위버 등 자국배우를 스타로 키웠으며 85년 할리우드로 건너갔다.

배우를 아낄줄 아는 감독인 그는 트루먼 역에 ‘고무얼굴’ 짐 캐리를 못마땅해하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짐 캐리는 실제로 16살부터 코미디 무대에 섰다. 태어날 때부터 수십억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트루먼 역에 그만한 배우는 없다”고 높이 평가했다.

〈센토사(싱가포르)〓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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