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차성수/밀실행정과 특혜의혹

  • 입력 1998년 10월 15일 18시 58분


부산 다대―만덕지구 택지개발 특혜의혹 사건에 대한 논란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임야 17만평을 택지로 전환하고 대단위아파트단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특혜와 비리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부산지방에 유령처럼 떠돌아다닌지 몇년만에 중앙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국회에서도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도 이달말 실시예정인 부산시에 대한 일반감사에서 특혜의혹여부를 감사할 예정이라고 하고 여야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부산판 수서비리’로 불리는 이 사건에 대한 의혹들, 예컨대 녹지를 주거지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어떤 특혜가 있었는지, 정치권은 개입했는지, 과연 어떤 결정과정을 거쳤기에 이런 특혜가 가능했는지에 대한 진상이 밝혀지기를 바란다.

▼ 다대-만덕비리 규명을 ▼

또한 그동안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여러차례 있었음에도 검찰과 사정당국이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경위도 아울러 밝혀져야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연 앞으로 이런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국민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지다. 그동안 대규모개발사업치고 특혜와 부정 비리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다행스럽게(?) 감사나 수사를 통해 의혹의 진상이 밝혀져 책임자가 처벌되었어도 이런 사건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보다는 소나기 오면 피해간다는 심정으로 희생양들을 만들어 내는데 급급했고,결과적으로 특혜 부정비리가 발생하는 의사결정과정이나 행정절차의 문제에 소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부정과 비리의 연루자를 찾아내 처벌하는 것 못지않게 부정과 비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메커니즘을 만들어내는 것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부정과 비리는 대체로 금전적 이해관계에 집착하는 천민자본가와 의사결정권자의 결탁이 반드시 내포되어 있고, 여기에 정치권이나 기타 외부의 압력에 순종하는 최고책임자의 무책임이 결합되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책결정과정에 내재된 비밀주의 또는 밀실행정이 이런 의혹의 소지를 남긴다는 점이다.

비밀을 강요받은 행위는 확실히 부당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그것이 공개된 상황이었을 경우에는 강한 반발에 직면함으로써 행위 그 자체가 불가능했을 그런 행위이기 때문이다.

지역민방선정이나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의혹 등에는 비밀스러운 권력의 작용이나 행정의 비밀주의가 자리잡고 있지않았나 하는 의문이 뒤따른다.

이번 사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95년2월 부산시의회 도시주택위원회의 비공개회의, 94년4월 도시재정비계획 공람공고를 거치면서 구성된 공람심사위원회의 비공개 및 관련 서류공개 거부 등 행정의 비밀주의와 밀실행정이 투명성과 객관성을 철저하게 차단하였다.

즉 공적 감시에서 철저하게 벗어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국가나 행정기관은 시민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비밀스럽게 행위하지 않으면 안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번 다대―만덕사건에서도 시의원들은 ‘사안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밀실회의를 진행했다.

▼ 공적 감시체제 세워야 ▼

그러나 용도변경과 같은 대규모 도시계획사업은 비밀주의 밀실행정에 기대기보다는 오히려 환경파괴, 주거권의 침해 등 시민이익과 직결된 사안이니 만큼 더욱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처리되었어야 마땅한 사안이었다.

민주주의의 우월성은 민주정부가 궁극적으로 권력의 투명성, 즉 ‘가면없는 권력’을 가져다줄 것으로 믿는 확신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모든 행위는 철저한 공적 감시에 개방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공적 감시가 시민들로 하여금 행정기관의 행위를 명백히 알 수 있게 함으로써 그들을 통제 가능하게 한다.

또한 공적 감시체제 그 자체가 하나의 통제기제로서 허용된 행위와 허용되지 않는 행위 사이의 구분을 가능하게 해주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다대―만덕의혹에 대한 철저한 감사와 수사를 통해 부정비리의혹의 진상을 밝히고 그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 못지않게 밀실행정을 근절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

차성수(동아대교수·사회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