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임영선교수,日서 15일 삭발-페인팅 퍼포먼스

  • 입력 1998년 10월 11일 20시 11분


가면(假面)을 찢는다. 찢고 찢는다. 그러기를 열번. 나의 진짜 얼굴은 과연 그곳에 있을까.

임영선(경원대 교수)씨가 15일 일본 도쿄 메구로 미술관에서 선보이는 퍼포먼스 ‘껍질의 법칙’. 진짜 얼굴을 찾기 위해 껍질을 찢어버린다.

삭발하고 벌거벗은 전신을 하얗게 페인팅한 그가 찢어버리는 것은 분노 기쁨 고통 희열 욕망 성취 무욕(無慾)의 가면들.

“나의 정체성은 안개속입니다. 무수히 많은 것들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하나를 지워버리면 혹시 진짜 내 얼굴이 나올지도….”

퍼포먼스의 끝은 임씨가 자신과 성행위를 하는 것이다. 찢고 찢은 끝에 자신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 순간이 정체성에 대한 실마리일지도 모른다는 것.

지난 2월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호랑이의 눈’전에서 주목받은 임씨는 이번에 6백개의 두상을 나열한 작품도 함께 전시한다. 행위는 이번이 처음.

“8월 중순 경기도 광주에 있는 작업실에 불이 나 오랫동안 공들인 작품이 몽땅 타버렸어요. 그 순간 그때까지 해온 작품 활동이 형식에 지우쳤다는 생각이 스쳤고. 행위를 하게 된 것은 작품의 내용을 보다 절실하게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임씨의 퍼포먼스는 12월5일까지 열리는 한일 현대 미술교류전 ‘우리와 타자(他者)사이’의 개막 행사로 예정되어 있다.

이 교류전은 한국과 일본에서 장르별 대표 작가 6인씩 참가하며 내년에는 한국에서 열린다. 올해 참여 작가는 서세옥 박서보 화백과 사이토 요시시게, 쓰요시 오자와 등.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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