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이훈/「영아매매」수사 흐지부지

입력 1998-10-10 19:11수정 2009-09-24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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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검경 주변에 나도는 속언 가운데 ‘1도 2부 3백 4돈’이라는 게 있다. 범죄가 탄로나면 일단 달아나고(逃) 붙잡히면 혐의를 부인하고(否)보며 물증이 잡히면 줄을 대서 ‘백’을 써보고 그래도 안될 땐 뇌물(돈)을 뿌린다는 말이다.

검찰의 영아매매 사건의 산부인과 부원장 처리과정을 살펴보면 이런 속언이 우스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앵벌이조직에 갓난아기를 넘겨준 이로 지목된 나산부인과 부원장 남소자씨(56·여).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검경의 수사망을 피해 잠적했었다. 그 사이 간호조무사 이모씨(36)와 경찰에 붙잡힌 앵벌이 등은 전원 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이씨는 남씨의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무죄로 풀려났다.

그러나 남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사건발생 4개월만에 검찰에 자진출두했다. 예상대로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왔다. 그리고 변호사로부터 충분한 법률적 조언을 받았는지 혐의사실을 대부분 부인했다. 20여건에 달하는 영아매매 사건 중 검찰이 물증을 확보한 2,3건만을 겨우 시인한 뒤 나머지는 모른다고 일관했다.

검찰은 그가 혐의를 부인하자 돌려 보냈다. 혐의를 추가로 입증할 만한 물증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가 취재중이던 기자에게 ‘자백’하고 실토한 영아매매건만도 10건이 넘었었다. 기자가 본인으로부터 얻어낸 자백에도 못미치는 수사결과에 안타까울 뿐이다.‘삼십육계 줄행랑이 최고’라는 식의 희화적인 얘기나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식의 비아냥이 통하는 한 사법적 정의는 바로 섰다고 볼 수 없다. ‘법앞에서의 평등’이 아니면 법치는 공허한 얘기가 되고 만다.

이훈<사회부>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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