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장면찾아 떠나는 가을여행]「서편제」의 고향

  • 입력 1998년 10월 7일 19시 33분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추억의 영화. 그중에서는 잊혀지지 않는 장면들이 있다. 올 가을 ‘여행만들기’로 그 영화속의 한 장면을 찾아서 떠나는 것은 어떨지…. 떠나기 전 비디오로 영화를 다시 한번 보고 간다면 여행이 더더욱 즐거워 질것이다.》

저 멀리 언덕에서 황톳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세사람. 등짐멘 아버지(김명곤분)를 가운데 두고 흰저고리 검은치마에 가방을 멘 딸(오정해분)과 북을 든 아들(김규철분). 세사람의 느릿한 걸음은 아버지가 선창하는 진도아리랑에 화답하는 딸의 노래가락이 흥을 더하며 이내 활기를 띤다. 시무룩하던 아들도 언덕을 내려오면서 힘있게 북채를 잡는다. 화면 안에 콩알만하던 세사람은 이제 화면을 가득메운다. 그리고 덩실거리는 세사람의 어깨춤에 객석에서도 서서히 흥이 돋는다.

한국영화 사상 최다관객을 동원한 영화 ‘서편제’(감독 임권택)의 5분40초짜리 진도아리랑 컷이다. 무대는 전남 완도군 청산면 청산도. 완도에서 뱃길로 50리인 이 곳은 하늘 바다 산 모두가 푸르다해서 ‘청산’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섬이다. 푸른 보리 잎이 5월초면 섬 전체를 풋풋한 청록으로 뒤덮고 보리수확이 끝나면 콩 고구마 마늘 유자 잎이 푸른색을 대신한다. 9월로 접어들면 거뭇한 밭흙과 돌담의 윤곽이 섬 여기저기에서 드러난다. 밭을 고르며 나온 자갈로 쌓은 이 돌담에는 섬사람들의 고통과 땀방울이 그대로 맺힌 듯하다.

청산도는 낚시로도 유명하다. 수중암초와 해초대가 형성돼있고 물이 맑다. 섬을 둘러친 갯바위에는 사시사철 낚시꾼들이 몰린다.

3㎞에 이르는 백사장과 노송이 어우러진 지리해수욕장 낙조도 일품이다.

18.5㎞(포장구간 15㎞)에 이르는 일주도로를 타고 둥근 소라모양 섬을 둘러보노라면 대모도 소모도 여서도등 새끼섬과 함께 멀리 떠있는 제주도의 한라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문의〓면사무소 0633―52―8619.

▼교통〓완도항만터미널(0633―552―0116)∼청산도 고속페리가 있다. 어른 6천2백원, 고등학생이하는 반액. △5∼10월 1일 4회(08:20, 11:20분, 14:30, 17:20) △11∼6월 1일 3회(09:00, 13:30, 17:10) 운항. 철도 이용시에는 광주역에서 내려 3㎞가량 떨어진 완도종합터미널로 가서 다시 항만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야하므로 불편하다. 고속버스를 타고 완도에서 내려 2㎞ 떨어진 항만터미널까지 가는게 가장 편리하다.

<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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