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안현주/일요일에 뵙는 시어머니

  • 입력 1998년 10월 6일 20시 02분


우리집은 일요일 아침이 다른 날보다 분주하다. 일주일에 한번씩 시부모님도 찾아뵙고 함께 교회에 가기 때문이다.

잠이 많은 남편과 시간을 가리키며 한바탕 실랑이를 하고 나면 어느새 오전 9시. 그즈음이면 어머님의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어머님도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바쁘게 새벽을 연다.철없는 며느리가 아기를 가져 제대로 챙겨먹지 못할 것이라고 배려해 주셔서 일요일 아침상은 언제나 푸짐하다.

교회에 다녀와서 점심을 먹고 슬슬 집에 갈 준비를 할라치면 어머님의 손길은 더욱 바빠진다. 시집간 딸이 친정에 온 것 마냥 바리바리 싸주며 즐거워 하신다.

시집와서 두번째 생일을 맞았을 때의 일이다. 전날 어머님이 전화를 하셨다. “집에 와 자고 내일 아침 미역국 먹자.”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준비된 음식의 가짓수는 물론 하나하나 음식을 만들면서 며느리의 입맛까지 생각하신 어머님의 큰 사랑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러 고부간 갈등으로 집안 분위기를 긴장시키는 경우도 있다지만 우리집은 결코 아니다. 언니처럼 친구처럼 우스갯소리도 할 수 있고 친정 엄마처럼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어머님이 있어 행복하고 감사하다.

안현주(서울 노원구 상계8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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