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민견/운전면허 얻기 쉬운 멕시코

  • 입력 1998년 10월 6일 20시 02분


멕시코는 지리적으로 우리와 1만㎞이상 떨어져 있음에도 IMF사태나 월드컵 등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우리곁에 가까이 와있는 듯하다. 한국과 멕시코는 여러가지 비슷한 점이 있지만 두나라 국민 모두 과속운전을 잘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멕시코 사람들은 평소에는 느릿느릿하지만 운전대를 잡으면 과속이 예사다. 최고 속도가 시속 1백10㎞인 곳에서도 1백40∼1백50㎞로 주행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나 자동차 사고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은 편이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쉽게 운전면허를 발급해주는 것도 한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멕시코에서 운전면허를 신청해 발급받기까지는 보통 30분∼1시간반이 걸린다. 멕시코시티에는 구청이나 공항에도 면허발급소가 있고 시내를 주기적으로 운행하는 운전면허 발급차량도 있다. 면허발급이 슈퍼마켓에서 일용품을 사는 것처럼 간단한 편이다.

운전면허란 본인이나 타인의 생명과 직결된 중요한 사항인데 발급체계가 너무 허술한 것 아닌가 하고 담당 경찰관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엄격한 면허발급이 사고를 예방하지는 못하며 사고는 운전자 자신이 조심할 때만 피할 수 있다는 상식적 답변을 했다. 멕시코의 쉬운 운전면허발급이 운전은 결국 운전자 책임하에 있음을 무언중에 인식시키는 반면, 엄격한 시험을 거쳐 어렵게 면허를 취득하는 한국에서는 국가기관으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았다는 과신이 사고를 촉발하는 면도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민견(KOTRA 멕시코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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