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민병돈/强軍있어야 햇볕정책 효과

  • 입력 1998년 9월 30일 19시 15분


오늘 50주년 국군의 날, 지천명(知天命)의 고지에 올라선 우리 국군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병약한 문치주의로 국방에 소홀하여 나라를 일본에 빼앗겼던 상처가 있고 대한민국 건국 초 또다시 국방에 소홀했던 이 나라가 북한의 6·25 남침으로 동족에게 짓밟혀 생긴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어 오늘의 감회는 남다르다. 오늘날 우리가 처한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경축보다는 자숙을, 자랑보다는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군은 한미연합방위체제 속에서 북한의 남침기도를 억제해옴으로써 우리 경제발전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해 주었다. 그러나 한편 우리의 국방을 미국에 너무 오래, 너무 많이 의존함으로써 자주국방의식이 약화되는 부작용도 낳았고 따라서 그동안 우리 군의 전력조성방향에 무시할 수 없는 오류가 생겨 유 무형의 전력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드러났다.

▼ 軍 정보-과학화 서둘때 ▼

지난 24년동안 무려 42조원 이상의 엄청난 예산을 방위력 개선사업에 투입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북한 및 국제정세에 불안해 하는 국민이 많음은 지금 우리 국방에 획기적인 변화와 발전이 있어야 함을 뜻하는 것이다. 이는 현존하는 위협에 대처해온 기본임무 외에 가까이 다가온 21세기가 군에 새로운 과제들의 해결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남북 평화통일과정에서 군대 흡수통합에 성공하여 조국통일을 뒷받침하며 그 취약기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통일후 주변국들을 상대로 하는 새로운 안보환경에 대처하는 것이다.

그런데 동서 냉전체제는 해소되었지만 지금 한반도와 그 주변 군사판도는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비인도적 대량살상무기의 비축, 핵무기 개발, 미사일의 실전배치, 장거리 미사일 실험 외에도 군병력을 대폭 증원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 일본은 외형적 군 규모의 축소를 질적 개선으로 보강하여 실제로는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

이러한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는 이제 우리 실정에 맞는 ‘자주적 방어전략’과 ‘고(高)위력의 전략무기’를 마련하여야 하며 군을 정보화 과학화하고 고도의 훈련으로 정예화하여 ‘자주국방’의 토대를 쌓아야 한다.

통일후 우리군은 ‘나라의 크기에 비해 작은 상비군’및 예비군 동원체제를 유지하는 미군과 예비군이 주력인 작은 강국 이스라엘군, 그리고 상비군 없이 예비군만을 보유한 스위스군을 참고로 하여 평시에는 ‘작지만 강한 상비군’만 가지는 체제가 바람직하다. 전시에는 예비군을 동원하며 기간 편성부대를 신속히 증편하여 대군(大軍)으로 확장한다. 정보력 과학기술력과 전자전 능력을 구비한 지휘부는 효과적 지휘 통제 체제하에 입체적 합동작전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해둔다. 이러한 ‘작은 거인’이야말로 자주국방하는 21세기 통일 한국군의 모습이다.

일부 지식인은 우리의 형편상 자주국방보다는 미국 등 우방들과의 연합방위전략을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단견이다. 실리적인 것처럼 들리지만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다. 연합작전은 강한 전력을 갖추어 승리가 예상되는 나라와 함께 하는 것이다. ‘국익’을 위하여. 그런데 승리의 향방도 아직 예상하기 힘든 남의 싸움에 뛰어들어 함께 피를 흘려 줄 나라가 있겠는가.

지난날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및 걸프전에서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가 그 연합작전을 주도했더라면 과연 다른 나라들이 참전했겠는가. 앞으로 우리에게 ‘제2의 6·25’라도 발발한다면 과연 미국이 6·25때처럼 즉각 파병하여 피 흘리며 함께 싸워 주겠는가. 6·25 때는 미국이 ‘북한 배후’의 소련을 의식하여 즉각 참전했던 것이다. 미국의 ‘국익’ 때문에.

▼ 연합방위 의존 말아야 ▼

그러나 지금은 그 소련이 없어져 상황이 다르다. 또 미군의 해외참전은 그 나라 국법에 따라 의회의 승인을 받는데 많은 시일을 요한다. 북한의 속도전(전격전)전략은 이 점에 착안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북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군사력이 강해야 한다. 우리 군비의 ‘합리적 충분성’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지표로서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의 생존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햇볕정책’ 또는 포용정책이 이에 우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솝우화의 ‘햇볕’은 ‘강풍’이 그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부각된 것이다. 우리 현실에서도‘햇볕정책’은 ‘강군’이 있어야 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건군50주년이 21세기 우리 군을 자주국방과 통일의 역군으로 만들기 위한 시발의 해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민병돈<예비역중장·전 육군사관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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