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낙연/위험도와 부패지수

  • 입력 1998년 9월 23일 19시 07분


자기에 대한 인사고과를 본 적이 있는가. 일본 변호사 홋타 쓰토무(堀田力)는 그것을 보았다. 검사 시절에 록히드 스캔들을 파헤쳐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전총리를 구속한 장본인이다. 그는 법무성 인사과장이 되자 기존의 인사고과 자료를 꼼꼼히 훑어 보았다. 그 감상이 저서에 담겨 있다. 책 이름이 재미있다. ‘상사(上司)여 뽐내지 말라’.

▼그의 메시지는 두 가지다. 첫째는 ‘자기가 보는 자기’보다 ‘남이 보는 자기’는 점수가 30% 가량 낮다는 점이다. 예컨대 자기가 자기를 50점짜리로 생각한다면 남들은 자기를 35점짜리로 본다는 것이다. 둘째는 상사들이 자신과 비슷한 부하를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성질 급한 부하를 성질 급한 상사는 ‘상황판단이 빠르다’고 평가하지만 느긋한 상사는 ‘경솔하다’고 보더라는 얘기다.

▼한국의 국가위험도가 1년반 사이에 12등급이나 나빠져 1백80개국 중 34위로 나왔다. 한국의 부패지수 또한 96년 27위, 97년 34위에서 이번에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와 나란히 43위로 악화됐다고 한다. 출범한지 겨우 7개월이 돼가는 김대중(金大中)정부로서는 야속할지도 모른다. 전경련도 외국의 인색한 평가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남이 보는 자기’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KBS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대다수도 부패가 심하다(88.3%)고 보고 있다. 부패 1위는 정치인(80.1%)으로 나왔다. 이에 비해 영국잡지 ‘유러머니’는 한국의 위험도를 나쁘게 본 이유로 정치위험도와 경제실적부진(25점 만점에 각각 25점·점수가 높을수록 나쁘다)을 주로 꼽았다. 외채비중(10점) 외채상환실적(10점) 외화차입능력(5점) 등은 상대적으로 좋았다. 사정(司正)과 정치안정은 어떤 관계일까. 경제실적은 어떤가.

〈이낙연 논설위원〉naky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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