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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8월 23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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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여기서 쉬는게 어때.”
마리아는 차를 몰고 나가자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남자 친구 존을 붙잡았다. 이들을 생일파티에 초청한 키네샤와 파티에 참석한 또 다른 친구 린, 로베르토도 난감해 하는 눈치였다.
대학 1학년인 이들은 금요일 밤 키네샤의 집에서 생일파티를 열었다. 춤을 추고 피자를 먹으면서 얘기꽃을 피우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느덧 날이 밝아 왔다. 잠시 눈을 붙이려는데 존이 새벽 드라이브를 나가겠다고 고집하면서 실랑이가 시작됐다.
“난 여기 남을래. 가고 싶으면 혼자서 가.”
마리아는 존을 따라가지 않겠다고 버텼다. 다른 친구들도 말렸다. 간밤에 잠을 자지 못해 피곤한데다 술기운이 남아 있으니 조금 쉬었다 나가자고 설득했다.
“걸을 수 있으면 운전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어.”
존은 막무가내였다. 그리곤 밖에 나가 시동을 걸었다. 마리아는 할수없이 존의 차에 올라탔다.
커다란 웃음소리와 함께 차가 사라지자 로베르토와 린은 키네샤의 집에 다시 들어와 눈을 붙였다. 이것이 존과 마리아의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차량 통행이 뜸한 오전 5시. 머레이 카운티의 한 교차로를 지나던 존은 왼쪽에서 달려오던 승용차에 들이받혔다. 차는 산산조각이 나고 존과 마리아는 현장에서 숨졌다.
조사를 마친 경찰은 존이 정지신호를 무시했거나 깜빡 조는 바람에 신호를 보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결론내렸다.
대부분의 교통사고는 운전자의 잘못으로 일어난다. 졸음운전 음주운전 과속 신호위반 중앙선침범…. 특히 졸음운전과 음주운전은 사고시 운전자가 아무런 대처도 하지못해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졸음운전은 말 그대로 꾸벅꾸벅 졸거나 깜빡 잠이 드는 등 집중력을 잃은 상태에서의 운전을 말한다. 시속 90㎞ 정도로 달리는 운전자가 4∼5초 가량 졸았다면 그 사이에 자동차는 이미 90m 이상 움직인다. 죽음을 안고 달리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감기약 진정제 수면제 등 약물을 복용한 경우, 연령별로는 체력이 약한 노인이나 반대로 체력을 과신하는 10, 20대 운전자들이 졸음운전을 할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미국 펜실베니아와 뉴욕 도로공사는 사망사고의 절반 가량은 졸음운전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졸음운전을 ‘숨어 있는 살인자’(Hidden Killer)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체리듬에 따라 다르지만 오전 2∼6시, 오후 2∼5시가 졸음에 빠지기 쉬운 시간. 그래서 미국자동차협회(AAA)는 이 시간대를 가장 조심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교통안전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애틀란타〓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