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차웅/총구앞의 美의원들

  • 입력 1998년 7월 27일 19시 21분


현재 미국내 총기소유자는 6천만∼6천5백만명, 유통중인 총포는 2억3천만정으로 추산된다. 미국인 10명 중 2.6명꼴로 총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각종 총기사건사고가 빈발하지 않을 수 없다. 95년 통계에 따르면 총기를 이용한 살인사건 피해자 1만7천8백명, 총기를 사용한 자살자 1만8천7백명, 총기오발사고사망자 1천3백명 등 총 3만7천8백명이 총기로 숨졌다. 연간 자동차사고사망자 4만3백명에 거의 육박하는 숫자다.

▼최근 미국에서는 중고생들이 교내에서 총을 난사하는 사건이 4건이나 잇따라 발생했다. 어지간한 총기사건에는 놀라지도 않는 나라인데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아프리카를 방문중이던 클린턴대통령이 청소년총기사건 재발방지책을 연구하라고 직접 지시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미의사당에서 끔찍한 총기난사사건이 일어났다.

▼인상적인 것은 총기사건에 대응하는 공직자들의 태도다. 지난 3월 아칸소주 중학생 총기난사 때 한 교사는 총기를 든 매복자가 정조준해 쏘려던 학생을 몸으로 감싸 구하고 자신은 총알받이가 돼 숨졌다. 24일 발생한 미의사당 총기난사 때도 의원들이 몸을 사리거나 숨기지 않고 너도나도 뛰어나와 범인의 총구 앞에서 용감하게 시민들을 대피시켰다고 한다.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총알 앞에서 자신의 몸을 던져 남의 목숨을 구한다는 것은 말이야 쉽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평소 봉사정신으로 무장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남의 나라 일이긴 하지만 공직자가 보여준 의협심이 부럽다. 우리나라 국회에서 그런 총기난사사건이 일어났다면 우리 의원들도 그런 의로운 행동을 보였을지 의문이다.

〈김차웅 논설위원〉cha4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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