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오부치와 피자논쟁

  • 입력 1998년 7월 26일 19시 56분


차기 일본총리인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자민당총재는 피자논쟁을 뚫고 총재가 됐다. 미국 뉴욕타임스 신문은 그를 ‘식은 피자처럼 생기가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그는 “식은 피자는 오븐에 넣으면 따뜻해진다”고 반박했다. 이번에는 일본 국내방송이 “데운 피자는 맛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자단에게 갓 구운 피자를 대접했다. 기자가 “본인의 아이디어냐”고 물었다. 그는 “다른 사람한테 들었다”고 솔직히 대답하며 “식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총재경선은 오부치와 가지야마 세이로쿠(楣山靜六)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의 삼파전이었다. 한 여성의원은 범인(凡人)과 군인과 변인(變人·괴짜)의 대결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지지는 고이즈미―가지야마―오부치 순이었다. 오부치는 15%대였다. 그러나 당내경선 결과는 오부치―가지야마―고이즈미 순이 됐다. 오부치는 1차투표에서 54.7%를 얻었다. 역시 ‘국민의 상식은 나가타초(永田町·정계)의 비상식’인가.

▼양면이 있다. 오부치는 군마(群馬)현의 같은 선거구에서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전총리라는 거물들 틈에 끼여 성장했다. 12선이다. 원만하고 성실해 ‘인품의 오부치’로 불린다.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전총리 밑에서 익힌 조정력도 빼어나다. ‘4백년만의 귀향전’을 열고 있는 도예가 심수관(沈壽官)씨의 와세다대 후배로 무척 가깝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도 친하다.

▼한때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회장을 맡았으나 한일의원연맹 창립멤버로 지한파(知韓派)다. 망언할 사람은 결코 아니다. 한일관계를 극적으로 개선하지는 못할망정 한국입장을 배려할 만한 인물이다. 그의 최대과제는 경제회복과 정치력이다. 특히 경제회복 여부는 세계적 관심사다.

이낙연<논설위원〉naky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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