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정훈/국회가 「방탄조끼」인지…

  • 입력 1998년 7월 23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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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44조1항은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고법인 헌법에서 일반 범죄혐의자에 비해 엄청난 특권을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국회 회기중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22일 단독으로 제195회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한 것은 이런 헌법정신 때문이 아니라 이 조항을 악용한 헌법훼절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단독소집의 실제 이유는 기아비자금사건에 연루돼 있는 이신행(李信行)의원의 구속을 피하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 많다.

그동안 이의원은 여러 경로를 통해 당지도부에 구명(救命)을 호소했고 한나라당이 여야 공동으로 임시국회를 소집하겠다던 당초의 태도를 갑자기 바꾼데도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하순봉(河舜鳳)원내총무도 “솔직히 말해 국회가 문을 닫고 있는 동안 우리당 의원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지 않느냐. 방탄조끼라도 입고 있어야겠다”고 말해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물론 사정(司正)의 칼날을 언제 내려칠지 모르고 이것이 당의 붕괴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한나라당의 공포감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7·21’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해 건전야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다짐했던 한나라당으로서는 그토록 서둘러 할 일이 아니다.

국회를 ‘방탄조끼’쯤으로 여기는 시각을 갖고 있다면 국민의 애정과 신뢰를 어떻게 얻어갈 수 있겠는가. 아연할 뿐이다.

김정훈<정치부>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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