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취리히는 축제중…「예술월드컵」 한창

입력 1998-07-06 19:56수정 2009-09-25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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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의 나라 스위스 최대 도시이자 전 세계 부자들의 숨은 보물창고인 취리히. 그러나 7월 취리히의 주인공은 알프스도 스위스은행도 아닌 ‘예술’이다.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돼 이달 19일까지 계속되는 제2회 취리히 국제 페스티벌. 무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 미샤 마이스키, 막심 벤게로프 등 연주자와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마리스 얀손 등 세계적 지휘자가 줄지어 무대에 오르는 보석같은 문화축제다.

이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특별 프로그램은 취리히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세계연극제’. 스위스연방법 제정 1백50주년을 기념해 세계연극제를 유치한 취리히시는 우리나라 극단 쎄실의 ‘산씻김’등 15개국 24개 작품을 초청했다.

“유명세나 실험성보다는 완성도와 각 민족 문화의 전통을 얼마나 잘 보여주는 작품인가에 관심을 두었다. 특히 스위스연방법의 기본정신 중 하나인 ‘다문화주의’를 중시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미등 각 문화권의 다양한 작품을 선정하는데 고심했다”는 것이 취리히 세계연극제 예술감독 우어스 비르혀(51·ITI스위스본부회장)의 설명.

총 예산은 약 3백50만 스위스프랑(한화 약35억원). 연방정부와 취리히주정부가 대부분의 예산을 대고 은행 등이 나머지 경비를 기부했다.

8백20석 규모의 샤우스필 하우스등 취리히 시내 7개 극장에서 공연되는 이번 초청작들은 각 문화의 차이만큼이나 다채로운 개성을 드러낸다.

19세기말 스위스의 대표적 작가인 고트프리트 켈러의 삶을 통해 스위스인의 정체성을 묻는 ‘고향의 노래’같은 정극이 있는가 하면 셰익스피어의 ‘오델로’를 민족적 개성에 따라 독특하게 재해석한 리투아니아의 ‘가장행렬’, 놀이와 공연의 경계를 허무는 콜롬비아의 ‘오라큘러스’같은 낯선 양식의 작품이 공존한다. 특히 2일 공연된 한국의 ‘산씻김’은 전통 무속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연극 이상의 문화적 충격으로 평가됐다.

올해 취리히 페스티벌에는 음악부문에서도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유럽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취리히 오페라극장의 공연작 중에는 개막 작품인 베르디 ‘나부코’와 5일 프란츠 벨저 뫼스트가 지휘한 푸치니 후기 오페라 ‘황금서부의 아가씨’가 관심을 끌었다.

첼리스트인 로스트로포비치는 5,6일 마리스 얀손이 이끄는 취리히 오케스트라와 드보르작을, 마이스키는 3일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의 슈투트가르트 라디오 심포니와 생상을 연주, 한치도 지지않는 서로의 기량을 겨뤘다.

인구 45만의 작은 도시이지만 “파리나 런던 빈 베를린처럼 우리에게도 세계수준의 문화가 있다”는 자부심을 갖기 위해 국제페스티벌을 여는 취리히시. 페스티벌 주최측은 이번 축제기간 동안 관광객이 18% 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취리히〓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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