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紙上 배심원평결]남편의 요리 참견

  • 입력 1998년 6월 24일 19시 18분


코멘트
▼아내생각▼

이귀임(27.주부.서울 강남구 삼성동)

얼마전 저녁용으로 육개장을 만들 때였어요. 처음 해보는 음식이라 요리책을 보며 만들고 있는데 남편이 “콩나물은 더 끓여야 부드러워 진다” “무우처럼 딱딱한 채소는 푹 익혀야 한다” “고춧가루를 더 넣어야 된다”며 참견을 하는 것이었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옆에서 ‘감놔라 대추놔라’하니까 더 못하겠더라구요. 한두번도 아니고 거의 매번 이러니….

물론 남편이 요리를 잘 하는 건 좋죠. 하지만 집안요리는 아내의 자존심이 걸린 일 아니겠어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일일이 간섭하니까 음식솜씨가 더 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어떤 때는 다 만들어 놓은 음식에도 ‘간이 안맞는다’며 양념을 더 넣는가 하면 일요일 아침엔 “내가 해볼테니 잘 보라”며 혼자서 다하는 거있죠? 1년전 결혼 초부터 요리학원에 다니며 노력하고 있는데….

가끔씩 못하는 음식이라도 “짜잔, 이 요리 어때?”하고 재고 싶고 칭찬받고 싶어하는 게여자의 심리예요. 좀 맛이 없더라도 ‘맛있는데’하면서 묵묵히 기다려줄 순없는걸까요. 여자는 좀 맛에둔하더라도 “정말 맛있다”고 칭찬해 주는 자를 더 좋아하는 법입니다.

▼남편생각▼

박찬(28.대우건설 도심재개발팀)

형제만 있어서 어머니 말고는 집안에 여자가 없이 자랐습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됐죠. 어느 틈엔가 김치찌개 된장찌개등 웬만한 찌개류를 만드는것은 물론 생선조림 스파게티 스테이크요리에 김치담그기까지 해내는 실력이 됐습니다.

제가 아내의 요리에 간섭하는 건 ‘입맛타령’이 아니라 아내의 ‘발전’을 위해서입니다. 요리책도 좋지만 아무래도 요리에 더 능한 제가 직접 가르쳐 주면 더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죠. 요리는 ‘손끝’맛이라 책에선 알 수 없는 미묘한 노하우가 필요한 것 아닙니까.

‘남편’의 입장이 아니라 ‘선배’의 입장에서 조언한다고 보면 좋을텐데. 한번은 찌개 속에 감자보다 양파를 먼저 넣길래 “물렁물렁한 양파를 나중에 넣어야 한다”고 얘기했더니 아내가 갑자기 도마위에 칼을 탁 놓으며 “좀 저기 가 있지!”하고 짜증섞인 반응을 보이는 겁니다.섭섭한 느낌마저 들더군요.

맛이 없어도 “맛있다”하고 넘어가면 그만이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말하면 아내의 요리솜씨가 느는 데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편과 함께 하는 요리. 얼마나 낭만적입니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