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의 사회학]이강원/지방흡입술

  • 입력 1998년 6월 11일 19시 22분


얼마전 한 30대 주부의 ‘한’을 풀어준 적이 있다. 몸에 붙는 청바지를 입을 때 다리 옆 재봉선이 터질 정도로 불룩했던 허벅지를 1시간만에 홀쭉하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그 주부는 허벅지에 살이 붙은 것 외에는 비교적 균형잡힌 몸매를 갖고 있었다.

비만의 개념이 변하고 있다. 비만 기준은 더이상 ‘자타가 공인하는 뚱뚱함’이 아니다. 남들이 날씬하게 봐도 엉덩이가 쳐졌다거나 허벅지가 살쪘다며 부끄러워 하는 ‘머릿속 비만’이 큰 고민거리가 되는 시대다.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지방흡입술도 ‘만족스런 체형가꾸기’로 변하고 있다. 과거 튀어나온 배에서 지방질을 빼내던 것에서 나아가 최근엔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심지어는 어깻죽지의 부분비만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3㎜길이의 절개선에 흡입기를 넣어 지방을 뽑아내는 지방흡입술. 시술에 1∼2시간 걸리며 한번에 2천5백㏄(1.5ℓ짜리 패트병으로 1.5병이 조금 넘는 양)까지 빼내어도 활동엔 지장이 없다. 수술 한두달 뒤 다른 부위의 지방을 다시 제거할 수 있다.

지나치게 많은 양을 빼내면 어지럼증이나 겉살이 쭈글쭈글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홀인원’을 노리는 것은 금물.

특히 ‘이제 살만해지니 맞는 옷이 없다’는 40대 주부나 ‘소녀시절의 꿈인 가느다란 다리를 갖고 싶다’는 30대 커리어우먼이 선호하는 지방흡입술. 여성들은 이제 ‘자신만 아는 살덩이’까지 제거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무슨 소용인가. 또다시 밤참을 열심히 먹어댄다면….02―775―6711

이강원(성형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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