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반병희/「국민稅부담」설명 무성의

입력 1998-05-21 19:26수정 2009-09-25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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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는 20일 금융 구조조정을 위해 50조원어치의 공채를 추가로 발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재정부담(국민 세부담)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국민도 세금을 좀더 내 기업과 금융권이 합작으로 만들어낸 부실경영의 뒤처리에 동참해달라는 것이었다. 핀란드 스웨덴 미국 등이 재정을 투입해 구조조정에 성공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국민 사이에서도 ‘몇년 후 우리 경제가 좋아진다면 고통을 나누어 지겠다’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그러나 이날 재경부 관계자들의 자세는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재경부 관계자들은 올해와 내년에 국민이 부담해야 할 몫만 간략히 설명하고 최종적인 부담에 대해서는 예상치를 아예 발표자료에서 빼버렸다. 지금으로서는 예측할 수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공채 발행계획을 수립한 재경부가 국민부담의 전모를 추산도 해보지 않고 이같은 방안을 내놓았다면 지극히 무책임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구조조정에 성공한다 해도 앞으로 10년간 해마다 6조5천억원 가량의 국민부담이 불가피하다는 분석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재경부 관계자들은 이날 “그때 가서 봅시다. 혹시 압니까. 내년에 천재지변이 일어나 우리 경제가 벌떡 일어설지…. 그러면 채권회수도 하고…. 너무 걱정 안해도 돼요”라고 말했다.

한 고위 간부는 “기업과 금융권도 잘못했지만 국민도 잘한 것은 없어요. 외식하고 해외여행가고 흥청망청하지 않았습니까.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겁니다”고 덧붙였다. 언제쯤 되면 국민의 부담이 줄어드는지, 언제까지 고통을 감내해야하는지, 성의있게 설명하려는 자세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말없이 고통을 전가받고 있는 다수 국민이 이런 모습을 직접 보았다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반병희<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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