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려씻은 주말집회

동아일보 입력 1998-05-17 20:10수정 2009-09-2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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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충돌이 우려됐던 지난 주말 노동계의 대도시 집회가 평온하게 끝난 것은 천만다행이다. 대규모 가두집회는 돌 각목 쇠파이프 최루탄이 난무하는 ‘아스팔트 위의 불상사’를 불러오기 일쑤였던 이 땅의 시위풍토에서 전례가 드문 일이다. 무엇보다도 이 어려운 시기에 또다시 폭력사태가 벌어졌다면 국가경제는 치명적 상처를 받았을 텐데 그것을 회피해 많은 국민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마침 비가 내려 전국 11개 도시 가운데 서울 등 4개 도시에서만 집회가 열렸고 참가자가 줄어든 것도 얼마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날씨 때문만으로 보지 않는다. 특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지도부가 경제의 심각성과 국민의 우려를 고려해 질서유지에 각별히 노력한 결과로 받아들인다. 집회에 참가한 개개인과 유관단체들도 함께 자제했다. 당국도 지혜롭게 대응했다.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큰 고비를 넘을 수 있었다.

이번 경험은 집회참가자가 질서를 지키면서 주장을 평화적으로 알리고 당국은 이를 보장하는 새로운 시위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새삼스레 말할 것도 없이 지금같은 경제위기에서는 집회문화의 고양이 더욱 절실해진다. 노동계는 이번 같은 성숙한 자세를 앞으로도 견지해주기 바란다. 당국과 재계는 노동자들의 참담한 심정과 불만, 그리고 노동계의 고뇌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들을 최대한 끌어안아야 한다.

불씨는 아직 남아 있다. 민주노총은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의 철폐 등 5개항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27일에 1차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한국노총 또한 공무원 임금삭감 방침 등이 철회되지 않으면 6월1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갈 태세다. 관철이 쉽지 않은 요구사항들이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대량의 장기실업사태는 노동자들의 분노와 집단화의 기본요인이 된다. 지난 1일 ‘근로자의 날’에 빚어진 충돌사태도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노동계의 불만과 고민을 우리는 이해한다. 그렇지만 노동계는 총파업 계획을 재고하고 제2기 노사정위원회에 동참해 거기서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 모든 문제는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번의 자제가 온전한 의미를 갖게 된다. 노조의 활동은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성공할 수 있고 노동자들의 이익에 도움을 주어야 가치를 갖는다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불법 총파업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도, 다수 노동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기도 어렵다. 당국이 재벌개혁과 고용불안 최소화에 더욱 힘써 노동계의 총파업계획 철회와 노사정위 참여의 명분을 주어야 할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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