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누가 거짓말 하나?

  • 입력 1998년 5월 6일 19시 43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검찰답변서가 임창열(林昌烈)전부총리의 환란(換亂)책임 여부에 대한 치열한 공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임씨에게도 환란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답변서 내용에 대해 집권당인 국민회의는 즉각 강도 높은 비난을 하고 나섰고 야당인 한나라당은 재수사를 요구하며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자칫 신구(新舊)정권간의 대립으로 비화, 지방선거를 앞둔 정국이 혼란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된다.

환란수사는 정책판단의 완급(緩急)이나 잘못을 최초로 사법심사의 도마위에 올렸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게다가 이번 정치적 공방은 책임소재 규명이라는 수사의 핵심마저 흐려놓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볍게 보아 넘길 문제가 아니다. 검찰로서는 환란수사를 곧 마무리하려던 차에 이런 일이 불거져 매우 곤혹스러운 입장일 것이다. 그러나 기왕 문제가 제기된 마당에 검찰은 이를 피해 가려 해서는 안된다.

김전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임씨의 부총리 취임 전후 세차례나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신청 결정사실을 말해줬다고 답변서에서 주장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임씨는 김전대통령의 지시를 어기고 취임당일 기자회견에서 “반드시 IMF로 갈 필요는 없다”고 말한 뒤 이틀만에 이를 번복, 국제신인도를 떨어뜨려 환란을 가중시킨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임씨는 김전대통령으로부터 그런 말을 듣거나 명확한 지침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전대통령의 답변은 임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감사원의 특감결과 발표내용과도 어긋난다. 같은 사안에 대한 이런 상반된 주장은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검찰이 수사를 끝내기 전에 반드시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검찰은 강경식(姜慶植)전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전청와대경제수석만을 직무유기혐의로 기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현단계에서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기 어렵게 됐다. 김전대통령이 무엇때문에 특감과정에서의 답변과 다른 내용을 새로이 포함시켰는지가 우선 의문이다. 그의 이번 검찰답변서 내용이 과연 진실인지, 임씨가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이 거짓말인지 착각인지 등을 밝혀야 한다.

검찰은 당초 수사대상에서 임씨를 제외해 편파수사 시비를 부른 바 있다. 집권당의 경기지사 후보로 지명된 임씨 말의 진위 여부는 도덕성 측면에서도 중요한만큼 반드시 공정한 수사가 필요하다.

검찰은 추호도 전정권에 대한 보복수사라는 의심을 받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 엄격한 증거와 공정한 수사만이 환란사건을 설득력있게 푸는 열쇠다. 정치권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장외(場外)에서의 정치공방을 자제하고 검찰에 진실규명의 분위기를 보장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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