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세대란 대책없나?

  • 입력 1998년 4월 21일 19시 24분


전세금 폭락에 따른 혼란이 심상치 않다. 이른바 전세대란으로까지 불리는 요즘 상황은 단순히 세입자와 집주인간의 분쟁차원을 넘어 사회적 경제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걱정이다.

올들어 지난 15일까지 전국의 주택전세금은 16.1%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주택매매가격이 8.1% 떨어진 데 비하면 전세금 하락폭은 거의 두배에 달한다. 이처럼 전세금이 크게 떨어진 것은 기본적으로 실직자 속출과 임금삭감에 따른 가계소득 감소에서 기인했다. 주거비지출을 줄이기 위해 세입자들이 다투어 저렴한 전세로 옮기려는 추세속에 집주인들은 자금난에 눌려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대란은 일차적으로 보유자산(집)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보다 훨씬 적은 부채(전세금)를 돌려주지 못해 발생할 가계의 흑자도산을 예고하고 있다. 이 경우 주택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거래는 더욱 위축되고 이는 건설업체들의 도산으로까지 연결될 우려가 있다. 가계와 기업의 연쇄적 파산은 또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급증시켜 겨우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은행들이 다시 한번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시나리오대로 일이 벌어질 경우 금융과 실물경기가 동시에 주저앉는 복합불황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우리 경제 최악의 상황이 전세문제라는 부분적 현상에서 시작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사안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뾰족한 대책을 찾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제시되고 있는 대안도 당장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분쟁을 축소하거나 회피토록 하는 수준이고, 정부가 내놓고 있는 세제중심의 부동산대책들도 직접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전세보증금 채권을 담보로 은행이 대출을 해주는 방안도 지금과 같은 고금리시대에는 당사자들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고 총체적인 효과도 의문시된다.

전세대란의 근본원인이 지난 연말의 환란에서 비롯된 것인만큼 이 문제를 당장 정상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정부의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단의 대책 마련은 피할 수 없는 숙제다. 정부의 대책은 단순히 세입자와 주택보유자의 분쟁을 조정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서는 안된다. 묶여 있는 전세거래의 물꼬를 터 거래 자체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부동산정책은 부동산시장의 변동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세제와 법규 그리고 금융 등 다각적 방향에서 융통성 있는 해답을 찾기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