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더드시대④]한국 재벌 주요이사도 친인척

  • 입력 1998년 4월 10일 10시 53분


한라그룹 부도 직후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기업을 봉토(封土)로 여기면서 전횡을 부리는 한국 재벌총수들의 전근대적 경영이 한국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한라그룹의 한 고위간부는 “96년 최첨단 조선소를 지을 때 이는 전적으로 회장의 결정이었다”며 “우리는 회장의 생각을 실행에 옮겼을 뿐”이라고 털어놓았다.

삼성이 자동차공장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은 것, 제과업체인 해태가 전자와 중공업으로 외도한 것, 속옷 업체인 쌍방울이 정보통신과 리조트에 손댄 것 등이 재벌총수 개인의 무모한 야망이나 취향에서 비롯했다고 외국언론들은 지적했다.

외국은 어떤가. 미국 전력 및 전자업체 GE의 잭 웰치회장이나 컴퓨터회사 IBM의 루이스 거스너회장 등 세계적인 최고경영자(CEO)들도 독단 경영을 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양백(梁栢)연구원은 “미국은 CEO의 능력에 따라 기업이 위기를 맞기도 하고 소생도 가능하다는 경험법칙에 따라 CEO에게 상당한 권한을 부여한다”며 “국내 재벌총수보다 더 독단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양자의 차이는 책임에 있다. 국내 기업의 경우 주요 이사 대부분이 총수가 지명했거나 총수 자녀 또는 친인척이어서 총수에 대한 견제가 불가능하다. 책임을 묻지도 못한다. 반면 외국 CEO들은 ‘구단주에 의해 언제든지 교체가 가능한 스포츠팀 감독’과 마찬가지다.

결국 국내기업이 책임경영을 하기 위해선 이사회의 정상화가 필요조건이다. 특히 현대 삼성 LG그룹 등이 재벌그룹 운영의 기관차 역할을 해온 회장실이나 비서실을 폐지, 앞으로 기업 지배구조가 어떻게 짜일지 큰 관심거리다.

〈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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