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월드컵경기장 빨리 결론지어라

  • 입력 1998년 4월 2일 20시 02분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가장 서둘러야 할 일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규격에 맞게 축구경기장을 건설하는 것이다. 국내 10개 개최도시 중에는 이미 공사를 시작한 곳도 있지만 아직 착공조차 못한 도시가 7군데나 돼 월드컵 준비에 차질이 우려된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서울 상암동에 짓기로 한 주경기장 문제다. 국내 월드컵 경기장의 대표격이 될 이 구장은 정권교체의 와중에서 지금까지 건설 여부를 결론내지 못한채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사실상 확정된 상태였던 상암동 구장의 건설계획은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라는 예기치 않은 변수를 만나면서 표류하기 시작했다. 경제난국을 감안해 예산을 아껴야 한다는 이유로 다른 구장을 보수해 사용하자는 방안이 새 정부쪽에서 거론됐다. 그대로 건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부에서는 아예 월드컵 개최권을 반납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처럼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는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제 더이상 시간을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장 건설에 착수하지 않으면 2002년 월드컵때까지 공사기한을 맞출 수 없다는 우려의 소리가 벌써부터 실무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국제축구연맹이 요구하는 6만5천석 이상의 대형 축구장을 건설하려면 최소한 4년 이상의 공사기간이 필요한데 월드컵 개막까지 남은 기간은 4년3개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주경기장 건설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월드컵대회의 다른 준비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어제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는 이 문제와 관련해 조속히 매듭을 짓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한다. 뒤늦게 시간이 촉박함을 의식한 것인지 몰라도 일단 처리방침을 세운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새 구장 건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점에서 정부는 보다 중립적 입장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개회식과 준결승전이 치러지는 월드컵 주경기장은 대회가 끝난 후에도 우리나라가 월드컵 개최국임을 알려주는 기념비적 장소다. 따라서 예산절감이나 투자의 효율성 차원에서만 이 문제를 다룬다면 근시안적 발상일 수 있다. 새 구장 건설은 국제신인도나 역사성 면에서 긍정적인 점이 있고 지역개발과 고용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을 보수해 사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 또한 상당한 비용이 들고 기술적인 문제가 많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정부는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