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조언]『실직자들이여,한숨 그만 어깨를 펴라』

  • 입력 1998년 3월 27일 19시 26분


코멘트
여중생 4명의 투신자살 보도가 있자 정신과의사들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경제위기는 개인의 정신건강과 가정의 화목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가족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회장 김이영)는 4월3일 가톨릭대(서울 강남고속터미널 남쪽 강남성모병원) 마리아홀에서 ‘정신건강의 날 강연회’를 열고 해법을 제시한다. 다음은 강연내용. 괄호 안은 연사. 문의 02―789―1250

▼남성건강(송수식 송신경정신과의원원장)〓실직자가 과거의 ‘영광’에 매달리면 우울증이 깊어진다. 하루빨리 현실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또 “회사의 무능한 경영진 탓”“썩어빠진 정치인과 경제관료 탓”이라며 남을 원망만 하면 피해의식이 커진다. 피해의식은 공격성으로 변하기 쉽다. 공격성이 밖으로 터지면 공연히 남을 해치게 되고 안으로 터지면 자살을 기도하게 된다.

주위 사람이 해고돼 죄책감에 시달리는 이도 있다. 슬퍼만하는 것은 떠나간 사람에게 도움이 안된다. ‘성공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스스로 해고대상자로 생각했는데 살아 남았거나 승진했을 때 주위를 의식하면서 우울해 지는 것. 돌출적인 말이나 행동이 잦고 술에 빠진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실력을 쌓는 수밖에 없다.

▼여성건강(주문희 주신경정신과의원원장)〓남편이나 자신이 일자리를 잃으면 당장 불안해지는 것은 당연. 그러나 주부가 우울증에 걸리면 가족 전체가 우울해지고 청소년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가계가 어려우면 건물 청소나 식당 주방일이라도 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허드렛일이 비참하게 느껴지는 것은 일시적.

남편이 일자리를 잃었을 땐 자극적인 말을 삼가고 “이제껏 고생했으니 쉬는 기회로 삼으세요”라고 위로해 주는 것이 좋다. 남편이 혼자 ‘꿍’하고 있으면 말을 걸어올 때까지 기다리도록. 또 남편이일자리를잃지 않았다고자신의 잣대로말을함부로하는 것은 곤란.

▼청소년건강(이시형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교수)〓청소년기는 감수성이 예민할 때. 부모의 스트레스나 불화가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아이들 앞에서 부모가 싸우거나 자포자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금물. 가정이 위기에 처한 아이들은 비슷한 처지끼리 모인다. 친구들끼리의 비관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것이 이번 집단자살의 원인 중 하나.

가계가 쪼들려 갑자기 자녀의 과외를 끊을 경우 자녀들이 여유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신경써야 한다. 여유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탈선과 비행의 길로 빠지는 아이들이 많다.

미국의 경우 경제위기 때 청소년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구하거나 집안일을 도와주면서 책임의식이 커졌다는 희망섞인 보고도 있다.

〈이성주·이나연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