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부형권/진실 밝혀진 「뺑소니 조작」

  • 입력 1998년 3월 19일 20시 09분


96년 3월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의 손아래 동서인 홍순두(洪淳斗·58)씨의 아들을 대신해 뺑소니 교통사고를 냈다고 허위자수했던 박모씨(27).

박씨는 지난해 법원에 재심을 청구, 사고발생 2년여만인 19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지법 형사3단독 최재형(崔在亨)판사는 이날 횡단보도에서 행인을 치어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히고 달아난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박씨가 낸 도주차량죄에 대한 재심청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교통사고의 진범이 홍씨의 아들 태식(泰植·27)씨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군복무중이던 태식씨가 지난해 군사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만큼 박씨는 무죄”라고 밝혔다.

박씨는 태식씨의 중학교 동창으로 당시 태식씨의 어머니 이신자(李信子)씨가 운영하는 갈비집 종업원이었다. 이씨는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의 부인 이순자(李順子)씨의 동생.

96년 9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박씨는 “사고 당시 나는 보조석에 앉아 있었는데 홍순두씨가 ‘아들은 음주운전 상태였으니 죄값을 대신 치러주면 1억원을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며 허위자수 사실을 폭로했다.

그러나 홍순두씨는 “박씨가 아들과 친구사이인데다 우리에게 신세를 지고 있어서 스스로 자청한 것”이라며 ‘조작의혹’을 부인했다.

당시 홍순두씨는 출국금지 조치를 받고 여론의 지탄을 받는 등 곤욕을 치렀고 경찰은 홍씨를 범인도피교사혐의로, 박씨를 범죄은닉혐의로 각각 불구속입건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계자는 “뒤늦게라도 박씨가 무죄판결을 받은 것은 반가운 일”이라며 “진실을 그대로 밝히지 않은 대가로 홍씨 가족과 박씨가 본 피해가 너무 컸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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