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사이언스⑨]미래 인간은 「대머리에 숏다리」

  • 입력 1998년 3월 18일 08시 00분


SF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외계 생명체를 상상해서 만들기란 쉽지 않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외계인을 만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제3종 근접 조우’에 등장하는 외계인을 그려냈다.

과학자들은 적당한 환경만 마련된다면 우주 어디에서든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바다는 생명이 탄생하기에 가장 알맞은 환경을 제공해 준다. 외계 생명체의 모습이 해파리같은 수중생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그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은 중력이 약하거나 바다로 뒤덮여 있다는 것을 말한다.

‘어비스’에 등장하는 외계 생명체는 물의 형태를 하고 있다. 영화 ‘솔라리스’에는 아예 바다 자체가 거대한 생명체로 나온다.

곤충이나 파충류 모양의 외계인이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곤충이 가장 생명력이 강한 종이기 때문이다. 단단한 외피와 닥치는대로 갉아먹는 식성, 놀라운 번식력으로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스타쉽 트루퍼스’에 등장하는 외계인이 곤충의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사막과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일부 과학자들은 만약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한다면 바퀴벌레가 지구를 지배할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러나 ‘스타쉽 트루퍼스’에서처럼 거대한 크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곤충의 외피 정도로는 부족하다. 거대한 체구를 지탱하려면 행성의 중력이 약하지 않는 한 외피의 강도가 훨씬 높아야 한다.

파충류 모양의 외계인도 곤충처럼 생명력이 강하다. 뿐만 아니라 지구와 유사한 중력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단단한 골격구조를 가졌다. 곤충보다 좀더 진화된 형태이기 때문에 TV시리즈 ‘브이(V)’나 ‘에이리언’에서처럼 지능적일 수도 있다.

고등 문명을 가진 외계인은 대개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 영화 ‘ET’나 ‘화성침공’의 외계인은 다윈의 진화론을 바탕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ET는 자주 쓰는 머리와 손가락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해서 몸에 비해 비대하다. 첨단 교통 장비를 이용하기 때문에 다리는 기형적으로 짧다. 필요 없는 털이나 머리카락도 퇴화돼 버렸다. ‘화성 침공’에 등장하는 화성인도 고도 문명의 주인답게 쭈글쭈글한 대뇌의 주름이 대부분의 머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 갈 것인가. ET처럼 대머리에다 숏다리, 배불뚝이가 미래 우리의 모습일까? 그렇다면 신이여, 여기서 우리의 진화를 멈추게 하옵소서.

정재승(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박사과정·jsjeong@sensor.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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