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돌부처」이창호,제대 임박…『여자 사귄다』소문

  • 입력 1998년 3월 17일 07시 31분


군번 96―9304394. ‘이병 이창호(李昌鎬)’가 26일 만기제대한다.

프로바둑기사로서는 처음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중인 이창호국수(23·9단)는 이날 오전 문화관광부 지역문화예술과에서 소집해제증을 받는다. 95년 3월 27일부터 만3년간의 군생활이 끝나는 것이다.

‘이창호 이병’이 군인다운 생활을 한 것은 소집 직후 4주간의 훈련이 전부였다. 나머지 기간은 총대신 흰 돌과 검은 돌을 든 생활이었다. 근무지는 진지(陣地)가 아닌 기원. 해외기전에 나갈 때에는 해외활동허가를 얻어야 했다.

복무기간중 이국수는 ‘바둑판 고지’를 속속 점령하며 승전가를 힘차게 불렀다. 이렇게 세운 ‘전공(戰攻)’은 훈장 몇개를 받아도 좋을 만큼 빛나는 것이었다. 96년 일본의 후지쓰(富士通)배와 동아일보가 주최한 세계바둑최강전, 97년 TV아시아선수권전 등 7개 국제대회를 휩쓸었다. 물론 상금은 개인의 것이었지만 크게 보아 외화획득이고 국내 후원사가 내놓은 상금이 해외기사한테 넘어가는 것을 막아낸 것이다. 국내기전에서도 불패의 군인정신을 발휘하며 95년 6회, 96년 8회, 97년 8회 등 복무기간중 모두 22회 우승을 차지했다. 올들어서도 이미 국내타이틀전 3개를 모두 차지했다.

이국수는 복무를 하며 6개월에 한번씩 활동보고서를 작성해 관리부서인 문화관광부 지역예술과에 제출해왔다. 담당자는 “복무기간중 좋은 성적을 올려 국익에 큰 도움이 돼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현역병 입영을 둘러싼 논란 끝에 국회의원들의 청원으로 관계법령을 고치면서까지 그를 공익근무요원대상에 편입시킨 일이 결국 잘된 일이었다는 얘기다.

이국수의 제대를 앞둔 소감은 덤덤하다.

“훈련기간 빼고는 지금과 크게 다를 게 없어요. 열심히 둬야지요.”

과연 아무리 큰 승부 앞에서도 늘 덤덤하기만 한 ‘돌부처’답다.

군복무를 마치는데 대해 할머니 박복규씨(80)가 훨씬 반가워한다.

“말도 못하게 후련하지요, 이제 성년이니까 좋은 색시도 얻고 해야할텐데…”라며 은근히 손자며느리를 보았으면 하는 기대감을 내비친다.

동료기사들의 귀띔에 따르면 이국수한테는 아직 절친한 여자친구는 없는 것 같다고. 그렇지만 대국이 끝나기가 무섭게 귀가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대국 후 밤늦게 귀가하는 수도 있어 ‘사람이 생긴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군복무의 부담에서 벗어나 화창한 봄을 맞은 이국수는 1년 상금이 10억원에 육박하는 ‘사상최대의 대마(大馬)’. 아직은 떠오르지 않은 신예 여주인공은 이 ‘사상최대의 대마’를 줄기차게 쫓아 마침내 한 집밖에 안 내주고 포획해 버릴 것이다. 이국수는 보통 사람들이 결혼식이라 부르는 의식을 통해 공식 투료(投了)한다. 그리고 애타게 찾던 나머지 한 집이 바로 ‘신혼의 둥지’에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 여주인공은 누가 될는지, 팬들은 이국수의 성적못지 않게 관심이 크다.

〈조헌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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