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 ⑩/경기부천실업高]『낮엔 직장 다녀야』

  • 입력 1998년 3월 16일 08시 39분


부천실업고에 입학하려면 반드시 한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수업이 없는 낮시간에는 학교에서 알선해준 직장에 다녀야 한다는 점이다.

입학여부를 가릴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사항의 하나가 바로 직장생활을 성실하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직장을 알선해주는 것은 학창시절에 기술을 익혀 졸업한 뒤에 직업을 선택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학교측의 배려다.

취업은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할 수 없는 많은 학생들의 생계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취업을 목적으로 학교를 찾는 근로청소년들도 적지 않다.

현재 부천실업고 재학생들이 취업하고 있는 기업은 인근 30여개 중소기업체. 여학생은 주로 전자제품 조립공장과 사무보조요원으로, 남학생은 선반 밀링 용접 등 기계를 다루는 공장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일한다. 이들의 월급은 40만∼60만원 수준. 학생들은 이 돈으로 학비도 내고 용돈으로도 쓴다. 숙식은 대부분 회사 기숙사에서 해결한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피곤한 몸으로 참석한 수업시간에 졸음을 참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다.

수업 때문에 잔업을 할 수 없고 다른 근로자들보다 일찍 퇴근해야 하는 단점도 있지만 인근 중소기업체에서 부천실업고 학생들의 인기는 대단히 높은 편이다. 학생 신분이라 다른 근로자들보다 보수도 낮은 데다 직장생활도 성실하게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신입생이 입학하면 일단 작업이 간단하고 적응하기 쉬운 기업체를 소개해 준다. 경험이 쌓이면 보수도 높고 숙련기술을 필요로 하는 직장으로 옮겨준다.

올해에는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취업알선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사들이 ‘취업작전’을 벌여야 할 정도.

기존의 근로자들도 회사를 떠나야 하는 형편이니 선뜻 학생들을 받아줄 기업체가 많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 매일 교사들이 기업주들을 찾아가 면담하고 있지만 신입생 50여명중 10여명은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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