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홍성 풀무학교⑨]학부모 전풍자씨

  • 입력 1998년 3월 9일 08시 06분


“대학입시만 생각한다면 조금 손해를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인생을 놓고 보면 흙을 만지고 땀 흘리면서 생활했던 고교생활이 더 뜻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시골학교로 내려보냈습니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2학년 오태린군(16)의 어머니 전풍자(田豊子·54·경기 일산시)씨는 아들을 시골로 내려보낸지 1년이 지난 지금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전씨는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공동대표를 맡는 등 시민단체에서는 내로라하는 인사. 남편도 교육학자인 연세대 오인택(吳麟鐸)교수여서 아들을 시골학교로 내려보냈다는 소문이 한동안 화제가 됐었다. 전씨 부부가 아들을 풀무학교에 입학시키기로 한 것은 경쟁만을 강조하는 도시학교의 비인간적인 교육풍토 때문이었다. 주위에서는 ‘용기있다’면서도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사실 오랫동안 교육운동을 해왔지만 막상 내 아들을 농고에 보낸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더불어 살 수 있는 인간다운 사람으로 커주면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풀무학교는 아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했다. 방학을 이용해 국내의 대안학교나 인성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는 학교를 아들과 함께 직접 방문해 실태를 알아보았다. 풀무학교는 중학교 2학년 때 찾았는데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다.

전씨는 “태린이가 난생 처음 농사일을 하면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농촌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등 자리를 잡은 것 같다”며 “거름냄새가 향긋하게 느껴진다고 말할 때는 기특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씨는 아들이 공부를 좀더 열심히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낮은음자리표’라는 동아리모임에서 성악도 하고 드럼실력도 수준급이다.

그래서 한달에 한번 집에 올 때는 ‘고교시기의 기본적인 공부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하기도 한다.

“태린이는 체벌이 없고 민주적인 학교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동료는 물론 선생님과도 친형제나 가족처럼 지내면서 공동생활의 지혜를 배우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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