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음식점 가격파괴 『말뿐』…대부분 종전값 받아

  • 입력 1998년 3월 3일 20시 15분


“가격 파괴라는 말에 속지 마십시오.”

3일 서울 종로구 단성사 극장 주변에 새로 조성된 가격파괴 식당을 찾은 회사원 김용석(金龍錫·31·경기 고양 일산구)씨는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구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밥값을 12.2%나 내렸다는 게 구청의 발표였다. 그러나 김씨가 찾은 H 갈비집에서 가격이 내린 메뉴는 갈비탕 하나뿐. 그나마 인하폭은 5천원에서 4천5백원으로 구청의 발표와는 차이가 났다.

“누구 놀리는 겁니까. 왜 싸지도 않은 음식값을 가격파괴라는 말까지 써서 화나게 하는 겁니까.”

지난달부터 서울시가 소비자 물가를 잡기 위해 조성한 가격파괴 먹자골목이 벌써 90여곳에 이른다.

그러나 서울시와 각 구청의 홍보내용과는 달리 가격이 종전과 변함이 없거나 1,2개 메뉴만 값을 내린 곳이 대부분이어서 싼값에 한끼를 때울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식당을 찾은 시민들만 골탕먹고 있다.

10개 식당의 음식값을 23.5%나 내렸다는 종로구 공평동의 먹자골목. 3일 본사 취재진의 확인결과 S식당과 J식당은 가격에 변함이 없었다. P식당은 20여개 메뉴 가운데 우렁된장과 삼치조림 등 세가지만을 4천5백원에서 4천원으로 내려 받고 있었다.

동대문구 외국어대 정문앞 먹자골목의 13개 음식점은 가격인하 결의대회를 갖고 지난달 중순부터 음식값을 내렸다가 최근에는 다시 올려 받고 있다. K식당의 경우 지난달 9일부터 1주일간 2천5백∼3천원하는 음식값을 5백원씩 내렸다가 수지가 맞지않아 ‘원위치’시켰다.

강남구 청담2동 청아길에서 청숫골길에 이르는 가격파괴 음식점들은 음식값을 23.6% 내렸다는 구청의 발표와는 달리 설렁탕이나 우거지탕만 5백원씩 내려 받고 나머지는 종전가격 그대로였다.

압구정1동의 가격파괴 음식점들은 가격을 전혀 내리지 않았다.

서울시 정희용(鄭熙溶)소비자보호과장은 “업소의 참여율을 높이려다보니 다소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계속 지도단속을 펴 최소한 가격을 올리지는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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