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현주엽,「최고대우」희망 물거품 『그래도 뛴다』

  • 입력 1998년 3월 2일 20시 08분


“아무 생각이 없이 살아요.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요.”

9일의 한국프로농구(KBL) 드래프트를 앞둔 현주엽(1m95·고려대졸)은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왜 생각없이 사느냐”고 다시 묻자 “답답하기 때문”이라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렇다. “답답하다”는 한 마디보다 그의 현재를 분명하게 대변해주는 말은 없다. 농구선수로서 최고를 자부해온 그는 이에 걸맞은 최고대우를 받고 프로팀에 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 꿈은 물거품이 됐다. 올해 졸업생부터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팀을 결정하는 바람에 공식적으로 연봉 외에는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1년 선배인 서장훈은 같은 해에 졸업했는데도 드래프트가 아닌 지명케이스라는 이유로 연봉외에 무려 14억원을 보장받았다.

현주엽도 어느 팀에 가든 연봉은 최고액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그 밖에 그의 자존심을 채워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드래프트에서 무조건 그는 1순위. 그의 추첨권을 갖고 있는 팀은 2일 현재 SK나이츠 삼성썬더스 SBS스타즈 등 3팀. 나머지 1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주엽은 자신의 진로가 은행알 하나로 결정되는 것이 너무 허망하다. 그가 답답해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는 요즘 되는 대로 사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지난달 27일 그는 고려대대학원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했다. 매주 화 목요일에 2시간씩 강의를 듣는다.

하루 일과도 정확하다. 오전 8시에 일어나 10시부터 2시간반동안 웨이트트레이닝과 러닝. 오후 2시간은 드리블과 슈팅연습. 장소는 라마다르네상스호텔 헬스클럽과 모교인 고려대체육관이다.

가끔 친구를 만나 햄버거를 먹기도 하지만 그를 알아본 팬이 몰려드는 바람에 삼가는 편이다.

농구에 대한 열의도 줄지 않았다. 프로무대에서도 최고가 될 것을 확신한다.

“입단팀이 확정되면 생각도 달라지겠죠. 그러나 9일의 드래프트 장소엔 가지 않을 작정입니다.”

어쩌면 그는 프로농구의 가장 큰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최화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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