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忍冬草」

  • 입력 1998년 2월 24일 19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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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忍冬草) 화분의 품귀현상이 요즘 화제다. 서울의 유명 백화점들이 인동초를 구하려고 시골의 식물원에 비상연락을 취하고 있다. 인동초화분을 선물하던 백화점도 이젠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값은 국제통화기금(IMF)시대의 분재에 걸맞게 2천원정도. 인동초는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다시 새 시대를 약속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상징식물이라 해서 붐이 일었다. ▼인동초는 이름의 의미가 너무 돋보여서 실존 식물이 아닌 정치적 수사(修辭)로 착각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겨우내 파란 잎과 줄기를 유지하는 이 덩굴식물은 한반도 전역에 퍼져 있다. 6월경 하얗거나 노란 꽃이 핀다 해서 금은화(金銀花)로 불리기도 한다. 고구려 고분벽화와 무녕왕릉 출토보물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늬가 이 인동문양이다. 또 동의보감(東醫寶鑑)은 인동초를 해독제와 소염제로 감기 구토 등을 다스리는 데 쓰인다고 기록했다. ▼이처럼 서민에게 친숙한 풀이름을 시대어로 포장한 인물이 야당지도자 시절의 김대중총재였다. 그는 87년 9월 광주 망월동묘역을 찾았다. “나는 혹독했던 정치의 겨울 동안 겨울을 이겨내는 강인한 덩굴풀 인동초를 잊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어 역사앞에 다짐하듯 선언했다. “모든 것을 바쳐 한 포기 인동초가 될 것을 약속합니다. …동트는 민주와 민중의 새벽을 앞장서 열어 갈 것입니다.” ▼야당지도자의 인동초는 사람들 가슴에 충분히 각인됐을 것이다. 이제는 국정최고책임자의 겨울 이기기에 눈길이 모아진다. 자연의 계절 겨울은 봄으로 바뀌고 있지만 얼마나 계속될지 알 수 없는 IMF한파가 또 한번 모든 것을 바치는 인동초의 인고(인고)를 요구하고 있다. 10여년 전 망월동의 그 ‘인동초 다짐’이 국정에도 그대로 이어져 금은화를 활짝 피워내기를 기대한다. 김재홍<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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