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나이트(647)

  • 입력 1998년 2월 21일 20시 10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115〉 “오, 인자하신 임금님, 이번에는 저의 차례인 것 같군요. 저 또한 어젯밤에는 교주님께 무례한 짓을 하였습니다. 아무쪼록 저의 숨김없는 이야기를 들으시고 노여움을 푸시기 바랍니다.” 세번째 여자는 이렇게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은 저도 앞서 이야기하신 두 분 여자들과 이복 자매간입니다. 제가 두 언니들과 함께 살게 되기까지는 기구한 사연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한 날 한 시에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쌍둥이 오빠가 한 사람 있었습니다. 오빠와 제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런 쌍둥이 남매를 얻은 것이 기뻐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베풀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 두 남매는 어려서부터 남달리 사이가 좋았습니다. 제가 곁에 없으면 오빠는 저를 찾아 돌아다녔고, 오빠가 곁에 없으면 저 또한 오빠를 찾아 돌아다녔을 정도였습니다. 따라서 우리 두 사람은 잠시도 떨어지는 일이 없이 언제나 함께 붙어 지냈습니다. 그런데 철이 들면서부터 우리 사이의 우애는 단순한 남매간의 우애가 아닌 사랑으로 변해갔습니다. 말하자면 오빠는 저를 여자로서 사랑하게 되었고, 저 또한 오빠를 남자로서 사랑하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름에 따라 우리의 사랑은 점점 더 걷잡을 수 없는 것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다정한 애인들이 그렇게 하듯이 서로 부둥켜 안은 채 입을 맞추는가 하면, 맨살을 서로 비벼대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되자 어른들은 걱정이 되어 우리 두 사람에게 야단을 치며 서로 떼어놓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떼어놓으려고 하면 할수록 우리 두 사람은 흡사 무슨 마귀가 씐 것처럼 더욱 애타게 서로를 연모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마침내 어른들의 눈을 피하여 은밀한 장소에서 만나곤 했습니다. “오, 내 사랑, 세상에 너만큼 예쁜 여자는 없을 거야. 나는 네가 아니면 세상의 어떤 여자하고도 결혼하지 않을 거야.” 이제 막 봉곳이 솟아오르기 시작하는 저의 젖무덤을 만지작거리며 오빠는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그런 오빠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이런 말을 하곤 했습니다. “저도 그래요. 오빠가 아닌 세상의 어떤 남자하고도 저는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성인이 되면 제 순결을 오빠에게 바치고, 오빠의 아이를 낳아드리겠어요. 저의 젖꼭지를 빨며 자라게 될 아이는 반드시 오빠의 아이들일 거예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서로 부둥켜안고 누워 이런 이야기를 나누던 어느날, 마침내 우리 두 사람은 어른들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는 우리 두 남매에게 사정없이 매질을 했고, 급기야는 각기 다른 방에다 감금해버렸습니다. 그렇게 되자 오빠와 저는 서로를 그리워하며 거의 미쳐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며칠 뒤, 아버지는 마침내 카이로에 살고 계시는 백부님 댁으로 저를 보내버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백부님 댁에는 저보다 세 살 위인 사촌 오빠가 있었는데 장차 그 오빠에게 저를 시집보내리라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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