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에 바란다 ⑤]동훈/통일정책 大道로 가라

  • 입력 1998년 2월 12일 19시 35분


김대중 차기대통령이 TV에 나와 겸손하게 대화하는 것을 보면 선거는 지났지만 계속해서 60%의 ‘아니오(부표)’를 줄이고자 노력하는 자세인 것 같다. 지난 선거에서 통일문제는 논란을 비켜간 듯하지만 ‘아니오’의 속마음에는 의문도 있고 할 말도 많을 것이므로 새 정부도 이 부문의 ‘아니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통일정책에 대해서는 앞으로 국민적 토론과 합의과정이있을 것으로 믿기에 우선 다음의 몇가지를 새 정부에 주문한다. 우선 정책을 추진하고 통일을 촉성시켜 나갈 만한 총체적 능력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예를 들자면 오랜 세월 많은 예산과 정력을 쏟아넣고도 아직 ‘북한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내지 못하고 통일정책을 더듬고 있다. 때로는 남침이 예상되기 때문에 ‘대비책’을 마련하라고 하고 어떤 때는 북한이 곧 붕괴될지 모르니 ‘대비책’을 세우라고 하는 것을 자주 보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대비책이 맞는지 계속 헷갈린다면 그 기능과 능력 등이 국가적 차원에서 재점검되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는 적대적 관계이기도 하고 또 동반지향적 관계이기도 한 특수한 상황이다. 적대적 행위를 막는 거부(거부)기능과 평화와 화해를 지향하는 형성적 기능은 확연히 구별되어야 한다. 또 평소에 ‘가슴’으로 통일을 생각한 적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관계기관이라는 이름으로 엉성한 대책을 세우는 제도도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통일정책은 민족의 역사에서 큰 발전을 향한 웅대한 과제이므로 그 기조로부터 표현문구에 이르기까지 후대의 기록에 부끄러움이 없을 만큼 격조높은 것이어야 한다. 그동안 쌓인 갖가지 당착 모순 불합리를 청산 정리하고 이치에 맞고 원칙에 충실함으로써 통일정책은 당당하고 대도(大道)로 가야할 것이다. 오늘날 대명천지에 잔꾀나 속임수에 넘어갈 사람도 없고 공작이나 술수에 의해 나라가 통일되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무슨 기발한 계략을 내놓는 경쟁이 된다든지 나라 안팎의 하찮은 관중석을 의식해서 무엇을 보여주기 위한 행사나 연출같은 발상은 하지 말아야 한다. 통일정책은 북과의 상관관계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국내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 장차 통일된 나라에서 이룩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사회상을 미리 우리 주변에서부터 구현시켜 나가는 다양한 노력이 바로 통일정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장차 북한동포들도 함께 살만하게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넉넉한 국력을 기르도록 실효있는 통일정책을 추진하기 바란다. 북한의 변함없는 태도를 변하게 하는 것도 장형(長兄)인 남쪽에서 할 일이다. 소위 ‘남조선혁명’에의 가장 큰 유혹이 되고 또 버리지 못하는 미련의 근원은 남한의 실정에 두고 있다. 정부와 국민 사이의 부정부패, 가진 사람들과 못가진 사람들 사이의 불공평이 반드시 반목 갈등 대립을 낳고 마침내 폭력혁명으로 연결될 것으로 본다. 북측의 대남혁명노선을 단념시키고 변하도록 하는 유효한 방책은 바로 우리 내부의 부정부패 척결과 경제개혁이다. 청결한 정부, 질서있는 사회를 이뤄 바람직한 통일의 모태를 만드는 개혁이 바로 중요한 통일정책이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표현에서 나타나듯이 김차기대통령이 통일정책 및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했다는 자부심과 혹시 ‘선견지명’을 기어이 입증하려는 듯 무리한 정책을 고집한다면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여파로 한국의 강점이던 경제력의 재평가는 ‘힘의 논리’에 영향을 줄 것이고 북에서도 새로운 대응을 짜낼 것이므로 정권교체를 계기로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통일정책에서 전면적인 새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98년은 남과 북에서 동시에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는 해다. 함께 민족적 입장으로 돌아와서 이미 합의했던 남북합의서의 내용을 실천에 옮기는데 온갖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김차기대통령은 정치상황과 경제를 분리,경제교류를 증대시켜 신뢰를 쌓고 이산가족문제도 진전시키는 등 대선당시 공약을 꼭 이행해야 한다.남북관계에서대결과 승패의 낡은 관념은 극복되어야 하고 ‘너’와 ‘나’가 ‘우리’로되게 하는 데는 정직과 성실이 근본이 돼야할 것이다. 동훈(남북평화통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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