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재호/美 외교팀 「환상의 화음」

  • 입력 1998년 2월 11일 19시 51분


클린턴 행정부에는 ABC회의라는 것이있다.매들린올브라이트(Albright)국무장관과샌디 버거(Berger)백악관 안보수석, 윌리엄 코언(Cohen)국방장관, 이 세 사람의 성(姓)을 딴 명칭이다. 클린턴 집권 2기의 외교안보팀인 이들은 매주 수요일에 만나 아침이나 점심식사를 같이 한다. 그러니까 ABC회의가 매주 한 차례씩 열리는 셈이다. 만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외교정책을 조율하기 위해서다. ABC회의에 대한 안팎의 시선은 매우 긍정적이다. 외교정책 결정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부처간 불협화음을 사전에 조정하고 정책의 일관성과 통합성을확보하는데 크게 기여하고있다는것이다. 클린턴 재선 후 지난 1년 동안 외교정책을 둘러싸고 백악관과국무부, 또는국무부와 국방부간에 혼선을 빚었다는 얘기가 나온 적이 거의 없다. 이것도ABC회의 때문이라고보고 있다. 특히 백악관과 국무부 사이에는 알력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70년대 초. 당시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면서 헨리 키신저 안보수석이 윌리엄 로저스 국무장관을 따돌렸던 일화는 유명하다. ABC회의가 잘되고 있는 것은 가운데 B, 즉 안보수석 버거가 잘하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클린턴 집권 1기 때 안보 부수석을 지낸 그는 겸손하고 남의 의견을 경청하는 장점이 있어 언제나 조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언론은 그를 가리켜 ‘컨센서스 빌더(합의의 창출자)’라고 부른다. 새로 출범하는 한국의 정권도 비록 외교안보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미국의 ABC회의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 이재호<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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