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푸는 봄의 메카니즘]어디서 어떻게 올까

  • 입력 1998년 2월 11일 0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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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한파로 가슴까지 꽁꽁 얼어붙었지만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다. 입춘(立春)이 지난지 일주일, 사방에서 겨울이 걷히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동물이 떠난 도시에서 봄은 식물로부터 온다. 주변을 둘러보라, 나무는 무슨 소리를 내는지. 앙상한 가지가 아직은 삭막하지만 속은 이미 물이 오르고 나무는 봄 맞을 채비를 마쳤다. 과학자들은 생물이 봄을 느끼는 메커니즘을 ‘광(光)주기성’이라고 설명한다. 빛의 양으로 봄이 온 것을 안다는 뜻이다. 식물은 봄을 감지하는 ‘센서’가 겨울눈에 있다. 여기에서 낮이 길어지고 기온이 올라가는 것을 알아챈다. 한겨울에 핀 개나리처럼 겨울에 며칠동안 잠깐 기온이 올라가면 꽃을 피우는 ‘판단착오’를 일으키는 것도 바로 이때문. 겨울잠은 동물만 자는 게 아니다. 서울대 홍영남교수(생물학과)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햇빛의 양이 줄어드는 겨울동안 식물은 조직을 최소한으로 줄인 채 웅크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마치 잠든 것처럼 군살을 뺀 채 ‘감량 경영’에 나선다는 것이다. 겨울 동안 얼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식물은 몸안에 꼭 필요한 수분만 남긴다. 남은 수분에는 빙점(빙점)을 낮추기 위해 글리세롤을 비롯해 특정 물질을 섞는다. ‘부동액’을 만들어 혹한에도 얼지 않게 하는 것이다. 조용하지만 늘 봄이 언제 올까 촉각을 곤두세운다. 봄이 왔다 싶으면 뿌리를 최대한 가동해 물을 빨아 올린다. ‘물이 오르는’ 것이 바로 이때다. 겨우내 활동을 중단하고 움츠린 채 버티는 것은 동물도 마찬가지다. 몸에 영양분을 잔뜩 축적한 채 최대한 대사(代謝)를 억제하고 버틴다. 체온이 떨어지는 변온동물이나 곰을 비롯한 몇몇 항온동물은 겨울동안 아예 잠에 빠지기도 한다. 곤충은 겨울을 나기 위해 몸의 모습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대부분 알이나 애벌레의 형태로 겨울을 난다. 고려대 윤일병교수(생물학과)는 “알이 둥근 것도 온도를 최대한 빼앗기지 않기 위한 자연의 오묘한 섭리”라고 해석했다. 곤충은 봄이 오면 알에서 나와 또 다른 삶으로 종족을 유지한다.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2월에도 들판에는 날도래가 나와 눈이나 얼음 위로 기어다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미리 봄을 알리는 전령인 셈이다. 달력의 봄은 아직 멀었다. 기상청은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을 봄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은 이미 봄을 맞을 준비를 끝냈다. 〈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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