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高금리 묘책없나?

  • 입력 1998년 2월 9일 20시 15분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기업어음 할인시장을 대폭 확대하고 은행의 신종적립신탁에 규제장치를 마련했으나 시중 자금흐름과 금리추세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건실기업의 연쇄도산을 이대로 막지 못할 것인지 안타깝다. 고금리(高金利)현상을 해소하고 기업자금경색을 풀기 위해 8일 정부가 내놓은 기업자금 활성화 및 단기금융상품시장 개방계획은 시기부터 너무 늦었다. 시기가 늦어진 것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의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마저 실효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이번 정부대책이 기업어음 할인시장 확대에 중점을 둔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기업의 단기자금 조달과 외자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기업어음과 상업어음 무역어음 매입을 16일부터 외국자본에 전면 개방하기로 한 조치는 평가할 만하다. 시중은행과 증권사에 기업어음 할인 및 매출업무를 허용함에 따라 기업어음 소화의 길은 넓어졌다. 그러나 문제는 할인시장 확대가 곧바로 어음할인 활성화로 이어지기 어려운 현실에 있다. 과거에도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대기업 어음마저 종금사들이 이면보증을 서지 않는 한 매출이 어려웠던 것이 관행이다. 하물며 지금은 거의 모든 기업이 부도도미노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유입되는 외자가 기업어음의 위험도를 따지지 않을 리 없다. 결국 신용상태가 좋은 A급 우량기업정도가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발행 회사채에 대한 신용보증기관 보증활성화 등 약속한 시책의 차질없는 이행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금리안정을 위해 그동안 고금리 경쟁의 원인으로 지목되던 은행의 신종적립신탁을 허용한 지 두달만에 사실상 폐지했다. 금리정책의 단견을 여지없이 드러낸 셈이다. 게다가 만기를 1년6개월 이상으로 늘리고 중도해지 수수료를 대폭 올리는 등 간접유도책이 고작이다. 시중금리 연동제를 도입하거나 환매조건부 매출로 바꾸는 등 보다 직접적인 조치가 아쉽다. 고금리 해소는 발등의 불이다. 지금같은 고금리로는 기업이 살아남기 어렵고 산업기반 붕괴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환율안정이 더 급하고 경제체질개선도 늦출 수 없다. 물가안정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이유 때문에도 긴축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IMF의 고금리정책에 대한 비판이론도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는 재정이 튼튼하고 무역수지도 흑자를 실현하고 있다. 긴축정책의 탄력적 수정과 통화공급한도의 점진 확대 등 근본적인 고금리 해소책을 IMF와 적극 협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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