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을 떠났던 선조들/인터뷰]한인학교장 황유복교수

  • 입력 1998년 2월 3일 20시 27분


“한민족이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민족의 언어가 살아있어야 합니다. 최근 급격한 변화의 와중에 있는 중국에서 소수민족인 조선족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 말을 지키는 일이 더욱 절실한 과제입니다.” 베이징 한국어학교를 운영하는 중앙민족대 황유복(黃有福·55·조선어문학)교수는 농촌을 기반으로 한 중국의 한인사회에 무분별하게 번지고 있는 탈농촌 현상을 우려했다. “한중수교 이후 많은 조선족들이 농촌을 떠나 베이징 등 대도시로 몰려들고 있어요. 베이징만 해도 7천명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수가 최근 6만명을 헤아릴 정도로 불었죠.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이들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등에 취업을 했지만 정작 그들의 2세들은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한국어학교가 문을 연 때는 한중수교 훨씬 전인 89년4월. 미국 하버드대에 교환교수로 87년 한 해 동안 머물면서 그곳 동포사회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주말 한글학교에 착안, 강연료 등을 아낀 미화 1만달러를 털었다. 매주 토요일이면 우리말을 모르는 조선족 2,3세들이 모여 한국어를 배운다. 지금까지 이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나간 청소년들은 1천여명. 최근에는 야간반과 취업을 하려는 이들을 위한 전문반도 개설했다. 요즘 황교수가 매달리고 있는 일은 한국어뿐만 아니라 기술까지 가르칠 수 있는 전문대학을 설립하는 것. 중국내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동포들이 굳이 한국이나 대도시로 무작정 나서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미 베이징 시내 교육개발구 안에 2천평의 부지를 마련해 놓고 건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대학에서 가르칠 전공도 동포 교수들에게 자문해 가전제품수리 자동차정비 인터넷서비스 등 중국상황에서 유망한 직종 10개를 택했다. 황교수는 “우리 동포들이 중국 곳곳에 뿌리를 내리는 것은 공동체의 앞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만 맹목적인 분산은 오히려 위험하다”면서 “변화하는 중국사회에 더욱 굳건히 뿌리박기 위해선 민족교육이 필요하며 이에 대해 한국의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정수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