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한달]계속된 위로손길…온국민 함께 울었다

입력 2003-03-16 19:21수정 2009-10-10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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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국물 한 그릇 하세요.”

비가 내리던 16일 오후 대구시민회관. 대구지하철 방화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합동분향소를 찾는 조문객의 발길이 뜸해졌지만 자원봉사자들은 여전히 ‘정성’이다.

참사 다음날부터 시민회관 한쪽에 천막을 치고 유족과 방문객의 식사를 마련하고 있는 삼성사회봉사단. 대구경북지역 10여개 삼성 관계사 직원들이 하루 3교대로 돌면서 24시간 유족들을 보살피고 있다.

매일 오후 4시경이면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식당에서 만든 1000명분의 밥과 국이 시민회관에 도착한다. 봉사단을 맡고 있는 조원식(趙元植·50) 부장은 “전체적으로 봉사활동도 줄어들고 있지만 유족이 완전히 돌아갈 때까지 남아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봉사단의 경우 하루 들어가는 비용은 1000만원 정도.

유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대구시민회관은 끊임없이 이어진 조문객의 발길과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봉사활동으로 그나마 유족들의 슬픔을 어루만져 주고 있다.

이날 현재까지 전국에서 1028개 봉사단체 1만9000여명이 대구를 찾아 식사를 준비하거나 유족에게 생필품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쳤고 KT와 농협, 적십자사 봉사단 등이 계속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빵 우유 라면 과일 수건 담요 같은 물품을 보낸 국민도 많아 10만여점이 도착했고 성금은 540억원가량 접수됐다. 또 국내외에서 7만9000여명이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을 위로했다.

부산 ‘자갈치 아지매 봉사단’은 상인 80명이 십시일반으로 거둔 돈으로 복어 120㎏을 장만해 손수 복국을 끓여 지쳐 있던 유족들에게 나눠줬으며, 군복무 중 모처럼 휴가를 받은 이희국 상병(23)은 일주일 동안 유족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가수 정태춘씨는 ‘우리 가슴에 하얀 꽃을 또 새긴다’는 조가(弔歌)를 지어 참사현장에서 불러 시민들을 울렸다.

광주시를 비롯해 전국의 많은 지자체 공무원들은 ‘근조’리본을 달고 대구의 슬픔을 나눴으며, 대구시와 자매결연한 일본 히로시마시는 조문단을 구성해 방문하기도 했다. 전국에서 모인 교수와 대학생 등 100여명은 심리상담봉사단을 구성해 실의에 빠진 유가족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우고 있다.

이번 참사로 정성껏 돌보던 지체장애인 시동생을 잃은 유족 대표 김혜정(金惠貞·43·대구 동구 입석동)씨는 “많은 국민이 슬픔을 함께 나눠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며 “일시적인 관심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이웃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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