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습지를 살리자

동아일보 입력 1998-02-02 19:39수정 2009-09-25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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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세계 습지보호협약인 람사협약의 회원국이 정한 제28회 ‘세계 습지의 날’이었다. 람사협약 사무국은 이날을 맞아 호수 갯벌 늪 강 등 세계 습지의 절반 이상이 무분별한 개발과 오염행위로 사라졌다고 발표하고 ‘생태계의 콩팥’이자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습지의 보전을 강력히 호소했다. 우리나라 민간환경단체도 간척사업의 전면 재검토와 습지보전법 제정을 촉구했다. 습지, 특히 해안습지는 해양생태계의 기초가 시작되는 곳으로 하천을 따라 바다로 유입하는 육지의 각종 유해 폐기물이 이곳에서 분해되는 자연 정화장이다. 동시에 육지에서 흘러들어온 토사를 고정시켜 항구와 수로 기능을 보호하고 각종 미생물과 어패류에 산란과 서식의 장소를 제공하는 자연에서 가장 생산력 높은 생태계의 하나다. 습지의 생태적 생산성은 산림의 20배, 바다의 10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토 면적의 약 3%에 이르는 방대한 해안습지를 가진 우리나라의 습지에 대한 생태적 경제적 인식은 지극히 빈약하다. 최근 빈발하는 해양과 호수의 적조현상과 연안 어종의 멸종, 철새서식지의 급격한 축소 등이 개발에 따른 습지의 파괴에서 온 필연적 현상임을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서남해안 습지는 정부의 간척사업으로 이미 40% 이상 파괴됐다. 대규모 간척사업과 습지 파괴가 얼마나 무서운 재앙을 가져오는가는 시화(始華)지구 간척사업에서 증명됐다. 그런데도 국민세금 5천억원을 투입해 결국 여의도 20배 크기의 ‘죽음의 호수’를 만든 시화지구 사례는 또다른 지역에서 반복되고 있다. 영종도 신공항 건설, 새만금지구 개발, 영산강 4지구개발계획, 영흥만 화력발전소 건설계획, 득량만 간척계획 등 공유수면 매립계획이 이대로 진행되는 한 2000년까지 우리나라 갯벌의 90%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좁은 국토의 효율적 개발 이용이라는 간척사업의 불가피성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습지의 환경가격이 간척에 의해 조성된 토지의 이용가격보다 높다는 의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진 외국이 습지보전에 발벗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연은 ‘지속가능한’ 개발과 이용이 가장 바람직하다. 간척사업도 결국은 환경친화적 방향에서 전개되는 것이 옳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모든 자연이 다 그렇듯 습지도 한번 파괴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람사협약 회원국답게 습지보전법을 제정하고 습지보전지역을 지정 선포하는 등 습지보전에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내륙 습지와 해안 생태계의 파괴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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