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혁의 사이버월드]음란물과의 「2차대전」

  • 입력 1998년 1월 14일 19시 42분


지난 해 미국 클린턴 행정부는 포르노가 난무하고 과격한 사상이 활개치는 자유방임지대 인터넷에 처음으로 현실 윤리의 잣대를 들이댄 통신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많은 네티즌은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며 홈페이지에 블루 리본을 달았다. 야후나 라이코스 같은 인기 사이트도 이에 동조해 홈페이지를 검은색으로 바꾸며 인터넷에서의 표현 자유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표현했다. 결국 이 문제는 미 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되었고 지난해 초 이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최종 위헌판결이 나오게 되었다. 따라서 ‘음란물과의 1차 대전’은 표현의 자유측이 승리한 셈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다 끝난 것은 아니었다. 어린이를 소재로 한 포르노가 일상화하는 등 음란물로 인한 폐해는 계속 발생했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들은 이달에 열리는 미국 정기의회에서 음란물에 대한 규제를 비롯, 인터넷에 관한 민감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으려 하고 있다. 지난해 통신법안을 제정하라고 클린턴 행정부에 압력을 넣었던 공화당은 지난번 실패를 거울삼아 인디애나주 댄 코트 상원의원을 중심으로 위헌논쟁을 피할 수 있는 치밀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음란물과의 2차 대전’은 보수 세력의 승리로 이끌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웹사이트에 위험한 내용을 올릴 경우 실제 내용을 게시한 개인이나 단체를 처벌하는게 아니라 그 기반 환경을 제공한 웹마스터나 인터넷서비스업체(ISP)를 처벌하도록 한다. 포르노 사진을 온라인에 게시하면서 신용카드번호 확인 등 신분확인 시스템을 구비하지 않아 미성년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하면 5만달러 이하의 벌금과 6개월 이하의 구금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일본 러시아 등으로 폭넓게 퍼지고 있다. 음란물에 대한 논쟁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어서 국내에서도 항상 골칫거리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도 심의를 벌이고 사후 신고체제를 갖추는 등 많은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의 규제 잣대가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허용치와 차원이 다르다는 데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터넷이 몰고 온 국경없는 정보화시대를 예상하며 다른 나라의 사례를 적절히 고려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안진혁(나우콤 C&C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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