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뉴욕타임스/무모한 「인간복제」 안된다

  • 입력 1998년 1월 12일 08시 29분


인간복제를 강행하겠다고 선언한 리처드 시드 박사는 흡사 자신이 기발한 생각을 해낸 것처럼 생각하는 모양이다. 과학자라는 사람들은 부모와 유전인자가 똑같은 양을 복제해 냈고 이제 시드박사는 부모와 쌍둥이에 해당하는 복제인간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에게는 양을 복제한 스코틀랜드 과학자들의 인간복제 반대 의견도 의미가 없다. 그 결과가 내포하는 윤리적 혼란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미국의 빌 클린턴대통령이 반대하고 의회가 이 문제를 다루겠다고 해도 그는 막무가내다. “인간을 복제해야 할 진정한 이유는 전혀 없다”는 주장도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2백76번의 실험끝에 양의 복제에 성공할 만큼 어려운 과정도 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의 연구에 협조할 만큼 어리석은 사람들이 있다면 우선 그의 성숙되지 못한 실험이 가져 올 결과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시드박사는 인간복제 실험을 진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호언한다. 그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복제실험에 자신을 사용해 달라며 긴 줄을 서있다고 주장한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벤처 캐피털일 뿐이라고 한다. 어떤 과학자나 투자가든 이 사업에 협조하면 사회적으로 나타날 거센 윤리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시드는 ‘현대의 갈릴레오’가 아니다. 과학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투쟁했던 갈릴레오와 그는 전혀 다른 존재이다. 그는 오히려 고통받는 불치병 환자의 자살을 도와주는 케보키안 박사와 유사하다. 단지 그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은 사람을 죽게 하고 한 쪽은 태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시드박사와 같은 엉뚱하고 무모한 인물이 세계적으로 더 나타나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히 비판의 화살을 쏘아야 한다. 〈정리·뉴욕〓이규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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