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술마저 못한대서야

동아일보 입력 1998-01-10 20:40수정 2009-09-26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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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수술용 장갑과 실 등 주요 의료용품의 수입이 전면 중단상태라고 한다. 아직은 급한 대로 버티고 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않아 재고마저 바닥나 응급수술도 하지 못할 사태가 올 수밖에 없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달러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원인은 의료수가가 고정되어 있다는 데 있다. 환율이 올랐는데도 전량수입에 의존하는 기름이나 설탕 등이 아직 달리지 않는 것은 소비자가격 조정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령 비싼 약품을 썼다고 의료수가를 올리면 당장 감독기관이 제재를 가하는 것이 우리 의료제도다. 병원에 여유가 있다면 우선 필요한 의료용품을 수입하고 수가조정을 추후 협의할 수 있겠으나 그렇지도 못하다. 수입의료용품이 바닥나 응급수술마저 어렵게 된 원인은 그만큼 복합적이다. 의약품과 의료용품의 질은 치료의 효율과 안전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현재 가장 문제되고 있는 각종 진단시약이나 마취용 튜브, 수술용 거즈 등은 고도의 기술제품이자 질 높은 의료의 필수용품들이다. 의료수가가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는 데 반해 우리의 의료수요는 이미 고급화했다. 국산품이 왜 없느냐라든지 싸게 들여올 수 있는 제품이 없겠느냐고 반문해 보았자 부질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비싸도 사와야 한다. 1,2월이 고비라니 늑장부릴 여유가 없다. 병원이 손해를 보더라도 책임지라고 윽박지를 처지도 아니다. 외화를 특별배정해서라도 긴급수입을 우선 서두르고 의료수가를 재검토해야 한다. 수술용품이 없어 살릴 수 있는 생명을 살려내지 못한대서야 말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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