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이진영/인사비리 불감증

  • 입력 1998년 1월 6일 20시 00분


“왜 우리만 문제를 삼습니까. 1백여개 정부투자기관이라는 데가 다 그렇지 않습니까.” 5일 감사원에 의해 직원 채용비리를 지적받은 환경관리공단 복진풍(卜鎭豊)이사장은 6일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감사원에 따르면 환경관리공단은 95년 1월부터 96년 10월까지 이사장의 친척과 환경부장관 국회의원 등이 추천하는 사람 20명을 비공개 특채로 뽑았다. 복이사장은 친척의 채용에 대해 “내 성이 김씨나 이씨였으면 눈에 띄지도 않았을텐데 희성(稀性)이라서 걸렸다”며 억울해했다. 채용 과정에서 장관이나 의원의 입김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도 굳이 숨기려 들지 않았다. “환경부장관이나 국회의원에게서 이력서를 받으면 암호로 표시해둡니다. 특채 자리가 나면 그동안 들어온 1백여장의 이력서를 들추며 표시해놓은 것을 뽑아 인사위원회에 넘기지요.” 복이사장은 특채 대상의 대부분이 환경부에서 인사 적체로 밀려난 공무원이었다며 “환경부가 보낸 사람을 하급기관에서 안받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물론 그동안 감독기관인 환경부의 정기감사에서 이같은 인사비리가 지적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전해들은 환경부 공무원들은 오히려 “복이사장이 감사원에 밉게 보여서…” “민주산악회 출신이라고 이제 건드리는 것 아니냐”며 동정론을 폈다. 취업난이 시작되면서 공단이나 일반 기업의 공채 경쟁률은 보통 1백대1을 넘고 있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한 후에는 정리해고 태풍에 몸을 떨어야 한다. 복이사장과 환경부는 오늘도 취업서류를 들고 엄동설한을 헤매는 수많은 취업희망자의 심정을 헤아려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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