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칼럼]전화로 거는 디지털통신 유망

  • 입력 1998년 1월 4일 20시 29분


1년 전 나는 97년에 대한 15가지의 전망을 내놓았다. 그 중 상당수가 실현됐기 때문에 다시 한번 올해에 일어날 일들을 맞혀볼 생각이다. 우선 지난해 성적표를 보자. 15개의 예상 가운데 틀린 것은 5개 정도다. 나는 미국에서 정보통신 요금체계가 자율화됨에 따라 요금이 극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규제가 철폐되어야 하느냐는 문제가 법원에 계류중인 탓에 실현되지 않았고 몇 년은 더 묶여 있어야 할 것 같다. 나는 또 화상회의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으나 회사 네트워크나 인터넷을 통해 문서를 편집하고 대화가 교환되는 ‘넷미팅’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일부 회사가 인터넷에 기반을 둔 회의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지만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는 이것이 98년에 인기를 얻을 것으로 믿는다. 다중처리방식으로 프로세서를 6개나 8개까지 탑재한 PC가 등장, 워크스테이션이 처리하던 모든 컴퓨팅 작업을 대체할 것으로 예견했다. 그리고 새 PC 사용자들에게 3차원 그래픽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았다. 이들 모두 97년에 상당한 발전이 있었고 새해에는 꼭 이뤄질 것이다. PC 구입과 업그레이드 비용도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믿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상당한 발전이 있었으나 새로운 운영체제와 새로운 PC가 등장하는 98년에는 여러분들이 비용절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5개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10개의 예상은 적중했다. 적중한 10가지는 다음과 같다. ①1천달러 이하의 고성능 PC가 등장한다. ②인터넷이 단기간 내에 이룰 줄 알았던 흥분된 약속들이 실현되지 않으면서 인터넷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커진다. ③인터넷 사용에 있어 보안과 사생활 침해 문제가 약간의 논란을 일으킨다. 이에 대한 건전한 정책토론이 이뤄진다. ④인터넷의 광고수입이 급증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만큼은 아닐 것이다. ⑤이같은 장애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의 중요성은 계속 커질 것이다. 97년말까지 많은 사람들이 지구촌 양방향 네트워크의 역사적인 규모를 깨닫게 될 것이다. ⑥인터넷에 세금을 부과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겠지만 일괄적인 세금부과는 어려울 것이다. ⑦PC와 네트워크컴퓨터, TV의 기능을 갖춘 새로운 형태의 장치가 등장하면서 이들 사이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진다. ⑧노트북컴퓨터와 같은 휴대용 컴퓨터의 시장점유율이 늘어난다. ⑨손안에 넣을 수 있는 PC인 HPC의 인기가 50% 이상 올라갈 것이다. ⑩대부분의 회사가 전자우편 시스템을 도입해 사원들이 매일 몇차례씩 전자우편을 주고받을 것이다. 전자우편의 대중화를 예상했을 때 일부에서는 이미 이뤄진 사실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95년까지 미국 내에서 전자우편을 사용하는 회사는 30%도 되지 않았으며 지난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미국과 마찬가지로 전자우편의 사용이 보편화했다. 이제 나는 98년에 이루어질 6개의 전망을 내놓겠다. 4개는 97년에 미처 다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화상회의와 넷미팅이 중요해지고 △PC기술이 모든 컴퓨팅 작업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며 △3차원 그래픽이 주류가 되고 △PC의 구입과 유지비가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두 전망이 여기 있다. 이들은 ‘DSL’과 ‘DVD’라는 약자로 대표된다. 디지털가입자회선(Digital Subscriber Line)을 의미하는 DSL은 광섬유가 아닌 일반전화선을 통해서도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미 유럽 호주 싱가포르에서 일부 도입되고 있는 DSL은 전화회사들이 기존의 아날로그 모뎀을 이용하는 것보다 수십배 빠른 속도로 가입자가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도록 해준다. 금년에 셰러턴호텔은 PC로 초당 7백만비트의 정보를 받을 수 있는 DSL서비스를 갖출 계획이다. 초당 2만8천8백비트를 받는 지금의 서비스와 비교해 보면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올해초 호주 시드니를 필두로 동아시아와 미국의 셰러턴호텔로 확대될 계획이다. 끝으로 DVD가 올 하반기를 강타할 것이다. 디지털비디오디스크(Digital Video Disk)는 CD롬처럼 생겼으나 10배 이상의 정보를 담을 수 있다. DVD롬드라이브는 CD롬과 음악CD 등 현존하는 모든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킬 수 있고 DVD 플레이어를 통해 극장에 가지 않고도 선명한 디지털 영화도 즐길 수 있다. DVD롬드라이브의 공급량이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가격은 CD롬드라이브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올해 성탄절에는 새로운 PC의 4분의 1이 DVD롬드라이브를 장착할 것이다. 만일 여러분이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서 그것을 발견할 수 있다면 행복한 휴일이 되리라. 〈정리〓김홍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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