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67〉
이렇게 하여 우리는 삼십구 일 동안을 조금도 변함 없는 우정과 애정을 느끼며 함께 지냈습니다. 나는 정성을 다하여 그의 시중을 들어주었고, 즐거운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사십 일째가 되는 날 밤이었습니다. 이제 하룻밤만 자고나면 이 지하 홀에서 나갈 수 있다는 기쁨에 들떠 젊은이는 말했습니다.
『오, 형제여! 알라를 칭송합시다! 그대 덕분에 나는 살아났습니다. 내가 이렇게 무사히 살아난 것도 모두 당신의 축복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정말이지 당신이 와주지 않았더라면 그 사이에 나는 아지브 빈 하지브의 손에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내가 무사히 고향에 돌아가게 되었으니 이번엔 당신도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빌겠습니다. 그럼 목욕을 할 테니 물을 좀 데우고,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혀주구려』
『그렇게 하지요』
나는 이렇게 말하고 물을 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비록 내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이 아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하룻밤만 자고나면 그 사랑스런 젊은이와 헤어지게 되었으니까 말입니다. 이별이 가슴 아팠지만 나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하랴? 저 사랑스런 분이 죽지 않고 무사히 살아난 것만으로도 알라께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닌가? 알라시여! 제발 저 귀여운 분을 끝까지 지켜주소서!』
물이 충분히 데워지자 나는 그 젊은이를 안아다 옷을 벗기고 목욕을 시켜주었습니다. 목욕이 끝났을 때는 깨끗한 새 옷으로 갈아입히고 침상으로 안아다 뉘었습니다. 방금 목욕을 마친 뒤라 젊은이는 졸음이 몰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랬겠지만 젊은이는 졸린 듯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습니다.
『목욕을 하고 나니 갈증이 나요. 시원하고 달콤한 걸 먹었으면 좋겠어요』
이별을 앞둔 터라 그의 그 약간 졸리운 듯한 목소리마저도 내가슴을 에는 것 같았습니다.
『시원하고 달콤한 것이라면, 도련님, 수박을 썰어 설탕을 넣어가지고 올까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는 대답했습니다.
『그래요. 그게 좋겠소』
나는 식료품 저장고로 가 가장 크고 싱싱한 수박 한 덩어리를 찾아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쟁반에 담아가지고는 젊은이에게로 갔습니다.
『그런데 도련님, 창칼이 어디 있지요?』
그러자 젊은이는 침상 위에 누운 채 말했습니다.
『저기 있네요. 저기 내 머리 위 선반에』
이 말을 들은 나는 얼른 일어나 선반 위의 칼을 쥐고 칼집에서 뽑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나는 발을 헛디뎌 손에 칼을 거머쥔 채로 젊은이의 가슴 위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 내 밑에 깔린 젊은이는 『억!』하고 짧은 비명을 질렀습니다. 내 손에 든 칼은 흡사 때려박은 듯이 젊은이의 가슴에 박혀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사람의 수명을 정한 바로 그날에, 이미 기록되어 있던 예언이 들어맞아 젊은이는 거짓말처럼 숨이 끊어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