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98)

  • 입력 1997년 12월 30일 07시 45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66〉 내 곁에 누워 쌔근쌔근 잠들어 있는 당신은 어찌하여 그다지도 아름답습니까? 당신의 고운 아미가, 당신의 사랑스런 입술이, 당신의 귀여운 두 뺨이 나에게는 고통이 되어 나를 잠 못 이루게 한다는 것을 당신은 모르십니까? 오, 심술궂은 운명이여! 당신이 그렇게 아름답지가 않았던들, 아름답다면 남자로 태어나질 않았다면, 이 밤을 나는 이다지도 고통스러워 하지 않았을 것을. 나는 마음 속으로 이런 노래를 부르며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는 젊은이는 그때 몸부림을 치면서 이불을 걷어찼습니다. 그렇게 되자 푸른 비단 잠옷을 입은 젊은이의 배꼽 밑 아랫도리가 훤하게 드러났습니다. 매끈한 두 다리는 물론 귀여운 음경과 음낭까지도 고스란히 드러났던 것입니다. 그 눈부시게 아름다운 젊은이의 아랫도리를 보고 있으려니까 나는 마음이 황홀해지고, 타오르는 욕정으로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애써 스스로를 억제하고 다시 누웠습니다. 다시 자리에 눕기는 했지만 내 눈 앞에는 방금 본 그 젊은이의 아랫도리가 어른거려 눈을 감을 수가 없었습니다.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나는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오, 신이여! 어찌하여 당신은 나에게 이런 욕망을 내리셨나요?』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곁에 누워 자고 있던 젊은이가 한기를 느끼는 듯 내 품 속으로 파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는 힘에 이끌리기라도 하듯 와락 그를 껴안았습니다. 그와 동시에 나는 그의 달콤한 입술에 입맞추며, 보드라운 그의 아랫도리를 애무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이지 세상의 어떤 아름다운 처녀의 입술도 그 젊은이의 그것처럼 달콤하지 않았을 것이고, 어떤 처녀의 넓적다리도 그 젊은이의 그것처럼 쾌락을 주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날밤 우리는 서로 허벅다리를 깍지낀 채 잠들었습니다. 정말이지 내 생애에 그렇게 달콤한 밤은 달리 없었을 것입니다. 다시 날이 밝자 나는 젊은이를 고이 안아 일으켜 목욕을 시켰습니다. 지난 밤에 우리가 다정한 연인처럼 꼭 껴안고 잤다는 것을 알자 젊은이는 좀 쑥스러운지 빨갛게 얼굴을 붉혔습니다. 그러한 그에게 나는 코를 잡아당기는 등 장난을 걸었습니다. 그러자 젊은이는 금방 스스럼이 없어졌습니다. 우리는 다시 웃고 떠들고 하였습니다. 그 지하 홀에서 이렇게 몇 날 몇 밤을 지내는 동안 그 젊은이에 대한 애정은 내 마음 깊이 뿌리를 내렸습니다. 즐거운 웃음소리를 내며 함께 장기를 둘 때는 우애 깊은 형제 간 같고, 서로가 서로를 꼬옥 껴안은 채 달콤한 잠 속으로 빠져들 때는 더없이 행복한 연인들 같았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그를 안아 일으켜 목욕을 시켜줄 때는 더없이 금실이 좋은 부부 같았습니다. 정말이지 그 시절에 나는 그 젊은이가 없으면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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